변협 신임 집행부 들어서며 변리사와의 해묵은 직역전쟁에 '강공' 드라이브…'양보'없는 다툼에 해결책 나오기 쉽지 않아

대표적인 '사(士)자' 전문직으로 여겨지는 '변호사'와 '변리사' 업계의 직역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올 초 변호사단체 집행부가 교체됨에 따라 변호사업계의 오래 된 숙제인 변리사와의 직역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양새다.
현행 변호사법 등에 따르면 변호사 자격을 가진 자는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변리사 자격도 가질 수 있다. 태생적으로 양 업계가 대립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시작점인 셈이다.
최근 양측은 로펌 소속 변호사의 '상표등록출원'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대해 전혀 반대의 입장을 내보였다.
◇행정법원 "변리사 자격의 로펌 변호사, 상표등록출원 可"…'법원 : 특허청 = 변호사 : 변리사'
행정법원은 지난달 27일 '변리사' 자격을 갖춘 로펌(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로펌 명의로 한 상표등록출원을 거절한 '특허청'의 '무효처분'에 대해 그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했다. 그 동안 특허청은 법무법인에 소속된 변호사가 변리사 자격을 갖추고 있더라도, 법무법인 명의로 상표출원 대리업무를 하는 경우에는 '변리사법에 따른 대리권이 없다'는 이유로 무효처분을 해 변호사업계와 갈등이 있어 왔다.
그런데 행정법원은 "변호사의 상표 출원 대리 업무는 변리사법이 아닌 변호사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변호사법 제49조 제2항에 따라 법무법인은 변리사 자격을 갖춘 소속 또는 구성원 변호사를 지정해 상표출원 업무를 할 수 있다고 보아 특허청의 무효처분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변호사 측 손을 들어준 셈이다. 다시 말해 외양상으론 '법원 : 특허청 = 변호사 : 변리사'의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특허청의 무효처분에 대한 이번 행정법원의 취소 판결을 두고,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환영했지만, 대한변리사회(회장 오규환)는 해당 행위가 '법 위반'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변협은 행정소송의 판결이 있은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껏 변협은 특허청의 거부처분이 부적법하다는 판단 아래 소송을 적극 지원해왔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 국민들이 변호사로부터 종합적인 지식재산권 법률서비스를 제공받고, 관련 법률시장이 활성화되고 선진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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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통화에서 오규환 변리사회 회장은 "현행 변리사법에 따르면 상표등록출원 대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변리사와 특허법인 뿐"이라며 "변리사나 특허법인이 아닌 자의 명의로 상표등록출원 대리를 하는 것은 변리사법 위반"이라는 종전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변리사 "특허사건 소송대리권 줘" vs 변호사 "절대 불가"
변호사와 변리사업계 전쟁에서 가장 큰 '전투'는 '변리사의 소송대리권' 전선(戰線)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변협은 행정법원의 상표등록출원 관련 판결에 대해 환영입장을 밝혔을 뿐 아니라,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인정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토론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이날 변협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법전협)와 공동으로 '변리사 공동소송 대리 저지를 위한 토론회'를 열어 '소송대리권'이라는 전통의 변호사 고유 업무를 변리사로부터 방어하는 내용의 주장을 설파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은혜 변호사(한국유나이티드 제약)는 변호사에겐 '의뢰인 보호'라는 공익적 사명이 있기 때문에 특허·조세 등 다양한 소송에 대한 '대리권'을 가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특허분야 소송이라고 해도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날 토론회는 변리사에게 특허침해소송 등의 공동대리권을 허용하는 내용의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변리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한다는 변호사업계 입장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변호사업계는 2012년부터 배출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중 이공계 전공자가 이미 10%를 넘어선 점을 근거로 로스쿨 세대 변호사의 '이공계' 전문성이 변리사에 뒤쳐지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사가 '변리사 고유 업무'에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변리사 측 주장에 대한 반박 논리다.
외국 주요 선진국의 변리사 소송대리 현황에 대해서도 양측은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김병관·주광덕 의원은 외국은 변리사 소송대리를 인정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어 변리사에게 특허침해소송 소송대리권을 주자는 개정안을 냈지만, 변호사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해선 공신력있는 국가기관의 정확한 외국 실태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변협 "신규변리사 연수기관에 변협 지정해줘" VS 변리사회 "절대 안돼"
지난 2일 변협은 특허청장에게 변협을 신규변리사 현장연수기관으로, 대한변호사협회 지식재산연수원을 변리사 집합교육기관으로 지정해 줄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변협은 "오랜 기간 매년 연수교육을 통해 지식재산권분야 교육을 실시해왔다"며 지재권 분야의 실무를 수행하는데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변협이) 충실히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5년 말 변리사법 개정으로 , 변호사가 변리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별도로 일정기간 '실무연수'를 받아야 한다. 현재는 특허청과 변리사회에서만 해당 연수를 실시할 수 있다. 변호사업계는 변협도 변호사회원들의 편의를 위해 변호사를 대상으로 직접 변리사 자격을 위한 실무연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변협은 변호사들이 현장연수기관을 구하지 못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변리사회는 신규변호사 자격을 위한 실무연수 교육은 변리사회 고유 업무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타협 수준의 상호 양보 없다면 해결 난망"
법조계 및 변리사업계에선 양측의 이해조정이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서로 양보하는 타협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양측 직역단체가 약 2년마다 돌아오는 단체장 선거의 '유권자'들인 소속 회원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직역싸움 성격상 진영논리로 전개되기 때문에 '강성'(强性) 주장만 허용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고 받는 이해조정이 불가능한 상황에선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판사출신 중견 변호사는 "장기적으론 유사 직역을 통합해 변호사 하나로만 가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변호사가 늘어나더라도 점진적 개선을 위해 인접 직역에 줄 것은 주고 해결할 것은 해결해야 문제가 풀릴 것"이라 조언했다.
현재처럼 각 직역단체가 '직역사수'만을 외친다면 해결책은 나올 수 없단 지적이다. 지난 2015년 말 변협과 변리사회가 맞붙었던 변리사법 개정안 사태가 현 상황의 어려움을 쉽게 설명해 준다. 당시 변리사 측이 원하던 '특허소송 공동대리권'은 불발됐다. 하지만 변호사의 '자동 변리사자격증 부여'는 법에서 삭제됐고, 대신 '실무연수 의무부과'가 국회를 통과했다. 이를 두고 양 단체는 서로 불만족스러움을 표시했다.
당시 변협 협회장이던 하창우 전 협회장은 '변리사들의 공동대리권 요구를 무산시켰다'고 전체 변호사회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자화자찬했다. 반면 변리사회는 '신규 변호사의 자동 변리사자격 부여를 막고 실무수습 의무부과를 이뤄냈다'며 전체 변리사회원들에게 홍보하기도 했다.
변리사의 공동 소송대리권 요구가 무산되고 변호사에겐 새로 변리사 자격을 위한 실무연수가 추가된 '같은' 결과에 대해 서로 '유리'하게 회원들에게 설명한 셈이다. '라쇼몽(羅生門) 효과'처럼 같은 '사실'에 대해 양 단체가 각자 입장에 따라 다른 기억을 하거나 다른 부분만을 강조했다. 애써 회원들의 '비판'을 피해가려는 모습이었다.
※라쇼몽 효과: 일본의 영화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가 1950년 찍은 영화 ‘라쇼몽’에서 유래한 용어. 영화에선 사건 관련자 진술이 제각기 다른 상황과 각각의 이유를 번갈아 보여준다.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같은 사건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으로 해석하면서 본질을 다르게 인식하는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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