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수영한 회원부터 15년 근무한 강사까지
"긴 세월 쌓은 추억…가족같은 사람들 그리울 것"
11월 운영 중단·내년 학생체육관 수영장 개관 예정

"젊은 시절을 다 보낸 곳이에요. 아쉽다는 말로는 다 표현 못하죠."
지난 29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제1수영장에서 만난 김희정씨(80)는 40년 넘게 이곳에서 수영했다. 김씨는 "종합운동장은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지고, 가을이면 노랗게 단풍이 들던 곳"이라며 "수영하면 기분이 '업'되고 시원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고 말했다.
40여년간 시민들의 체육시설로 사랑받아온 잠실종합운동장 수영장이 오는 11월 문을 닫는다. 올해 말 종합운동장 재개발을 앞두고 운영을 중단하면서다. 매일같이 수영장을 드나들며 일상을 함께하던 회원들은 "좋은 기억이 많았다"며 추억을 되새겼다.
33년간 이곳에서 수영한 홍윤숙씨(71)는 "30대에 수영장에 처음 왔는데 어느덧 70대가 됐다"며 "수십 년 동안 매일 보며 가족처럼 지낸 사람들이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40분쯤 수영장은 오전 10시 수업을 앞둔 회원들로 북적였다. 직원들은 익숙한 얼굴의 회원들에게 분주하게 탈의실 열쇠를 건넸다. 14년째 이곳에서 근무 중인 우창미씨(42)는 "회원님들 얼굴만 봐도 몇 번 열쇠를 드려야 할지 안다"며 "10년 넘게 뵌 분들도 있는데 앞으로 못 본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곧이어 수영장에는 오전 10시 정각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준비 운동 음악이 울려 퍼졌다. 회원 수십 명은 음악에 맞춰 강사를 따라 체조를 하고 하나둘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서로 웃고 떠들다가도 "자유형 두 바퀴!"라는 강사의 말에 곧바로 물안경을 쓰고 수영을 시작했다. 수십 년간 반복해온 익숙한 아침 풍경이었다.

수영장과 작별해야 하는 건 강사들도 마찬가지다. 3년째 근무 중인 조현아 강사(26)는 "매일 아침 회원님들의 활기찬 에너지로 하루를 시작하던 시간이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15년 넘게 근무한 양승민 강사(52)에게 수영장은 어린 시절부터 추억이 쌓인 장소다. 그는 "초등학생 때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놀러왔고, 중학생 선수 시절엔 훈련을 받으며 많이 혼나기도 한 곳"이라며 "1986년 아시안게임 수영 경기도 여기서 관람했다"고 말했다.
이어 "은퇴할 때까지 일하면서 수영장·회원님들과 함께 나이를 먹었다"며 "이곳 회원님들은 하루도 수업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운동하는 대단한 분들"이라고 했다. 이어 "다른 곳에서도 계속 운동하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강습이 끝난 오전 11시30분쯤. 수영장 앞 정원에는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각자 챙겨온 과일과 커피, 과자를 꺼냈다. 11년간 수영한 이은희씨(56)는 "매일 운동하고 나서 나무 아래에서 차를 마시거나 뜨개질하며 사계절을 보낸 시간이 그리울 것"이라며 "다른 수영장에서 다시 만나려고 하는데,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이 제한적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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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수영한 노유연씨(53)도 "여기에서 '음파'부터 배웠는데 이젠 다 할 줄 안다"며 "혼자 운동하는 것보다 같이 해서 더 재밌었고, 수영 영상도 많이 찍으면서 추억도 남겼다"고 했다.
이날 수영장 앞에는 마지막 추억을 남기려는 회원들을 위한 기념 부스도 마련됐다. 회원들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고 서로에게 인사를 건넸다. 한쪽에는 '초급에서 상급까지 선생님들 감사했어요', '가장 행복한 운동 생활이었다' 등 회원들의 감사 인사가 적힌 메모가 붙었다.
1984년 완공된 잠실종합운동장은 서울시의 '잠실 스포츠·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복합개발 사업'에 따라 올해 말 철거될 예정이다.
주경기장 남서쪽에 신축 중인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생체육관에는 50m 길이, 10개 레인 규모의 수영장이 들어선다. 내년 2월 준공한 뒤 상반기 중 단계적으로 개관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