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키플랫폼 팬더모니엄 2020: 리마스터링 코리안 헤리티지] <연사 인터뷰> 잘 프리즈마드센 코펜하겐미래학연구소 미래학자

세계적인 규모와 권위를 자랑하는 덴마크 '코펜하겐미래학연구소'(CIFS)의 미래학자인 잘 프리즈마드센은 미래를 낙관했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거나 큰 안보리스크가 터지는 일은 가능하긴 하지만 '불확실한'(uncertain) 미래다.
그는 여러 실현 가능한 미래를 분석함으로써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글로벌 메가트렌드에 대응하는 법을 바꿀 수 있다고 봤다. 주어진 외부 상황에서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영향력과 파급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상당부분 조절가능하다는 뜻이다.
코펜하겐미래학연구소는 덴마크 재무부 장관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을 지냈던 토르킬 크리스텐센이 1970년 설립했다. 이 연구소는 미래 연구를 통해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의 중요한 전략 방향을 결정하는 데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왔다. 현재 연구소 프로젝트의 70%가 덴마크 외 국가와 기업들로부터 들어온다.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17 키플랫폼'(K.E.Y. PLATFORM 2017)에서 프리즈마드센과 만나 코펜하겐미래학연구소가 보는 미래와 한국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프리즈마드센과의 일문일답.
-코펜하겐미래학연구소에서 하는 일을 소개해달라.
▶우선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OECD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몇퍼센트일 것이다'라며 미래를 예측하려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틀리다. 또 정치인들처럼 '내가 그리는 미래는 이렇다'고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코펜하겐미래학연구소는 '탐구적 미래'(exploratvie futures)를 제시한다. 미래를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한다는 의미다. 우리 연구소에서는 글로벌 메가트렌드 14가지를 선정했다. 일정한 흐름이 긴 시간 지속되면서 인간에게 거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들, 우리는 이를 메가트렌드라고 부른다. 세계화, 기후변화, 도시화, 고령화, 지속가능한 발전 등이다.
이러한 메가트렌드에 따른 영향은 각 국가와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석유를 수출하는 국가라면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메가트렌드가 반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메가트렌드의 영향을 바꿀 수도 있다. 우리는 정부·기업들에게 실현 가능한 미래를 보여주고 그들의 선택을 돕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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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 가능한 미래를 예측한다는 게 어렵나.
▶예를 들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기술이 10년 뒤, 20년 뒤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 예측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2013년 덴마크 사람들에게 2020년에 가장 큰 택시 회사는 어디가 될 것이냐고 물었다면 십중팔구 "우버"라고 답했을 것이다. 그런데 덴마크 의회에서 모든 차량에 미터기를 달아야 한다는 법을 통과시키자 우버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현재 덴마크에서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앞으로 자동화로 일자리의 40%가 기계로 대체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긴 하지만 확실한 미래는 아니다. 예를 들어 자동화 기계를 도입하려면 한대당 사람 한명을 고용해야 한다는 규정 등 이에 역행하려면 얼마든지 방법들을 고안할 수 있다. 그래서 불확실 미래에 대해 기업들에게 여러 다른 가능성을 제시해주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기존 컨설팅회사들과 다른 점이라면.
▶코펜하겐미래학연구소는 외부 환경, 트렌드를 분석하는 데 두달을 쓴다. 미국 재계 40위권 안에 드는 한 기업이 처한 환경을 분석하는데는 무려 7개월이 걸렸다. 이렇게 분석하는 컨설팅회사는 없다. 이들의 보고서에서 미래에 대한 얘기는 기껏해야 한장 남짓일 것이다. 우리 연구소는 전략적 조언을 하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미래들을 제대로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덴마크는 미래에 잘 대비하고 있나.
▶그렇다, 적어도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라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최근 노·사·정이 참여하는 '혁신 위원회'(Disruption Council)를 만들었다. 기존 산업을 파괴(disrupt)하고 있는 기술의 발전이 기존 정부와 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덴마크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기업들도 최신 기술 도입과 생산성 향상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미래를 잘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많은 덴마크 국민들은 고령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예전과 같이 63~64세에 은퇴하려는 계획을 잡고 있다. 63세에 은퇴해서 100세 이상을 산다고 하면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40년 전에 60세는 많은 나이일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0세다. 사람들이 아직 에너지가 있고 일을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연금개혁 등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사람들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미래학자로서 보기에 사람들이 분안해하지 않아도 되지만 과하게 불안해하고 있는 일이 있을까. 반대로 걱정을 해야 하는데 걱정을 안하고 있는 건 뭘까.
▶우선 기술이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라는 전망에 너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역사가 증명해왔다. 기술은 인간에게서 일자리를 앗아가기보다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100년 전 덴마크의 평범한 농장에서 50명이 일하고 있었다고 가정하자. 오늘의 농장에서는 두명이 과거 생산량의 3~4배를 만들어낸다.
그러면 48명은 직장을 잃지 않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리고 농장일을 하던 사람들이 서비스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취업이 힘들다고도 반문할 수 있다. 이 질문은 절반만 옳다. 직업훈련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60세 이상의 나이에 농장에서 은퇴해서 서비스부문으로 재취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 비율을 극히 작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할 점은 '우리는 죽을 때까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 또는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그에 맞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 내게 최적화된 온라인 강의를 듣는 방식 등을 통해서다.
기후 변화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훨씬 둔감하다고 생각한다. 또 교육체계를 혁신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 발전으로 언제 어디서나 개인에게 최적화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데도 우리는 100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 더 좋은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사회로 나오면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정치적 리스크들도 줄어들지 모른다.
-전대미문의 정치 스캔들이 터진 나라에 대한 미래학자의 관점은.
▶(기꺼이 한국의 상황에 맞게 구체적으로 답해겠다며) 물론 전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거짓말하고 오랜 친구에게 국정을 의지했다는 것은 나쁜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은 동시에 한국의 정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민주주의가 작동한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국가명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대통령이 언론인들을 사형시키는 등 훨씬 더 나쁜 일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들에서 권력자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시에 이번 사건은 권력자들이 권력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는 미래 정치인들에게 굉장히 큰 시그널을 줄 것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한국에 기회다.
-미래학자로 일하면서 가장 쿨(cool)한 점은 뭔가.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말하는 걸 다들 너무 쿨(cool)하다고 생각해준다는 것이다(웃음). 기분 좋은 일이다. 한번은 덴마크에 있는 내 미용사와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 사람은 사람들에게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절대 얘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얘기를 하는 순간 사람들이 고개를 돌린다면서. 그런데 미래학자라고 하면 사람들은 일단 관심을 가지고 더 얘기해달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 모두가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내일 비가 올지, 내년에 무엇을 할지 모두가 고민한다. 그런데 미래학자들은 미래를 어떻게 분석할지를 배운다. 나는 미래학자가 된 이후로 모든 것을 메가트렌드의 렌즈를 통해서 본다. 이게 미래를 정확히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방향을 알려준다. 재밌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