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알권리'에 눈감은 '비공개국감'

[런치리포트]'알권리'에 눈감은 '비공개국감'

김민우 김태은 백지수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2017.10.2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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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국민 알권리' 취지 사라진 '국감 사각지대'…그들은 누구 그리고 왜;

국회의 국정감사는 정부부처만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공공기관, 정부투자기관 등도 감사 대상이 된다. 국민의 감시와 견제를 받는다는 의미다. 국감을 통해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해주는 것도 국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눈을 가리는 '국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일부 정부부처와 국가기관통신사, 공영방송 등이 '비공개 국감'으로 국감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가 제출한 국감 계획서에 따르면 올해 실시되는 국감 중 비공개로 진행되는 기관은 총 6곳이다. 다음달 1일 국가정보원, 2일 국군기무사령부와 경찰청, 3일 국군사이버사령부에 대한 비공개 국감이 예정돼있다. 이들 기관에 대한 국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의해 실시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회법 54조 2항 정보위원회 특례에 따라 국감 비공개가 아예 법에 의해 규정된 곳들이다. 국가기밀을 다룬다는 기관 특수성과 평소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정보위 운영 방침을 고려한 결과다. 이중 경찰청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공개 국감을 한 차례 치렀다.

정보위 소관 기관 외에 비공개로 진행되는 곳은 연합뉴스와 문화방송(MBC) 등 두 언론사다. 각각 오는 20일과 26~27일 예정된 이들 기관에 대한 국감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과학방송기술위원회가 진행한다. 연합뉴스는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국가기간통신사로 연간 350억원 규모의 정부부처 구독료를 지원받는다. MBC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대 출자자인 공영방송이어서 정부투자기관관리 기본법에 의거해 국감 대상이 된다.

교문위와 과방위 국감은 비공개 규정이 없다. 다만 민간 기업의 기업 정보가 국감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명분 하에 비공개 관행이 자리잡았다. 특히 국감에 필수적으로 뒤따르는 증인 신청이나 자료 요청 등에 응할 필요없이 ‘업무보고’로만 국감을 마친다. 이들 기관들에는 국민들의 관심이 높지만 비공개 국감이 되다보니 국민들의 궁금증이 풀리기 쉽지 않다.

국정원과 기무사령부, 사이버사령부는 전임 정부의 '댓글 공작'과 불법 사찰, 인사 전횡 등에 대한 의혹으로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MBC와 연합뉴스는 공정보도와 관련해 경영진과 노조 간 갈등을 빚고 있고 최근 몇몇 오보를 두고 공영방송과 국가기간통신사로서의 역할에 대해 여론의 반향이 매우 커진 상태다.

국민을 대신해 이를 꼼꼼히 짚어줘야 할 국회가 '비공개' 형식에 대한 문제제기 없이 국감을 치르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연 피감기관에 대한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서다.

정보위 소관 피감기관의 특수성은 인정할 부분이 있지만 정보위가 아닌 다른 상임위 소관의 피감기관의 경우 다른 언론사나 민간 기업과의 형평성에서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방위 소관의 KBS와 EBS의 경우에는 국감을 통해 방송의 공정성과 공영성에 맞는 사업 적정성 등을 공개 검증을 받는다. 또 일반 사기업들도 대표이사의 국감 증인 채택 등을 통해 경영상의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알리도록 돼 있다.

비공개 국감을 치르게 되는 상임위의 한 야당 간사는 "민간 기업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국민의 세금이 수백억 단위로 지원되는 곳을 민간 기업이라고만 취급할 수 있겠느냐"며 "국고 지원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뒤따르는 것이고 국회 국감은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교문위가 국감 계획서를 의결할 당시에도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제기됐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합뉴스 비공개 업무보고 관련 "국고 지원은 받으면서 감사는 받지 않는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제도적 개선을 하든지 뭔가 개선책을 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당 노웅래 의원도 "공기업 형태가 아니라 사기업 형태라 하더라도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면 지금의 비공개 업무보고식의 국정 감사 형태는 문제가 있다"며 "적어도 정치권과 언론이 이제는 독립하고 공정하게 간다면 국정감사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아주 적절한 문제 제기"라며 "일단 관련 법률을 검토한 다음에 나중에 여러 위원님들의 고견을 들어 최종 결정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MBC의 비공개 업무보고에 대해서도 과방위 여야 간사를 중심으로 "경영진 문제는 물론 부동산 등 제법 물어볼 문제들이 많다"면서 현재 형식을 통해 제대로 된 국감이 가능할 지 제대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구나 비공개 형식으로 치러질 경우 국회의원들이 별다른 준비 없이 형식적으로 임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이들 비공개 국감들은 오후 8시에 개의하거나 국감 공식 일정 이후에 열리는 등 사실상 밀도있는 국감이 어려운 일정으로 진행된다.

연합뉴스와 MBC의 비공개 업무보고에 대해서는 아예 질의를 준비하지 않고 있는 의원들이 상당수다. 교문위 소속 한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업무보고를 듣고 질의하고 싶은 의원들이 몇 가지 물어본 후 바로 마치는 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비공개 업무보고 직전에 진행되는 기관 국감의 진행 상황에 따라 예정된 시간보다 더 늦게 열릴 수도 있어서 사실상 업무보고를 받았다는 표시만 내고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초상권이 있어요" 사진기자만 내보내기도…과거 비공개국감 사례보니

#1999년 10월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대검찰청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하면서 사진기자와 촬영기자를 모두 내보냈다. 그해 3월에 실시된 구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관련 출석한 증인이 초상권 등을 이유로 중계방송 또는 사진보도에 응할 수 없다고 의사표시를 한 때문이다. 이날 감사위원들은 사진기자 출입을 제한한 가운데 증인으로부터 증언을 들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하 국감조법)은 '감사 및 조사는 공개로 하되 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12조)고 규정하고 있다.

'감사 또는 조사를 할 때 그 대상기관의 기능과 활동이 현저히 저해되거나 기밀이 누설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14조)는 주의의무 조항이 주로 비공개의 근거로 사용된다.

'감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중인 재판 또는 수사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해서는 안된다'는 조항도 비공개의 근거가 된다.

이에 따라 주로 국방·외교·정보활동과 관련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할 때 비공개로 진행된다.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와 정보위원회의 국가정보원, 국방정보본부, 국군기무사령부,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는 거의 해마다 비공개로 진행됐다. 각 기관의 비밀사항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는다는 명분이었다.

그밖에 2015년엔 외교통일위원회가 주유엔(UN)대표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하면서 국정원 직원의 신상 문제와 관련해 비공개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2014년에는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새로 시행한 '나라사랑교육' 영상물이 대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국방부의 소명에 따라 법사ㅟ가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국정감사 때 증인의 요구에 의해 일시 비공개로 국정감사를 전환하기도 한다. 2007년 정무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리니언시제도 자진신고자에 대한 비밀보호 등을 이유로 국감을 비공개로 전환해 증언을 들은 바 있다.

2008년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경마피해 관련 일반증인 2명을 신문할 때 증인의 요청에 따라 성명·얼굴·음성을 비공개로하고 증언을 들었다. 2010년 문화체육관광광광위원회는 프랑스 외규장각 도서 환수 협상 관련 보고를 받기 위해 문화재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비공개로 문서를 열람한 경우도 있었다. 2014년 법사위는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감사위원(위임으로 보좌관 등이 열람)만 감사원에서 문서 열람을 실시하기도 했고 2010년에는 감사원장이 청와대 수시 보고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감사위원만 참석한 채 문서열람을 실시했다.

'국회의 꽃' 국감, 어떤 법으로 굴러가나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은 피감기관 공무원들/사진=이동훈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은 피감기관 공무원들/사진=이동훈 기자

'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국정감사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국감국조법)'에 근거해 진행된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별 특수성을 고려해 감사기간과 대상, 감사 형식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상임위 의결을 통해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감 공개 여부는 제12조(공개원칙)에 규정돼있다. 12조는 "감사 및 조사는 공개로 한다"며 공개원칙임을 명시했다. 다만 "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해 예외를 허용했다. 안보·정보기관과 연합뉴스·MBC 등 언론사 국정감사를 매년 비공개로 시행하는 근거조항이다.

감사 대상기관도 제7조에 규정돼있다. 물론 국회가 의결을 통해 추가로 대상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제7조는 감사 대상기관을 정부조직법 등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과 광역지자체, 한국은행·농협중앙회·수협중앙회 등 공공기관 등으로 규정한 뒤 본회의 의결을 통해 감사원 감사대상 중 기관을 추가할 수 있다.

국감 대상 여부를 놓고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기관들에 대해서는 법 개정을 통해 규정을 마련하자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왔다. 지난 2012년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통합은 MBC, 연합뉴스 등 공영언론사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국정감사를 받도록 하자는 내용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영언론을 정부산하 기관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막혀 의결되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미국 의회에만 보고의무가 있는 한미연합군사령부를 국감 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은 "한미연합사 한국 국정감사 피감기관에는 제외돼 우리 국회와 어떤 정보교류도 없다"며 개정안 발의를 예고했다.

SRT(수서발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주)SR를 피감기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SR가 공적자금 출자로 세워진데다 코레일과 같은 운송업무를 대행하고 있다며 (주)SR을 피감기관으로 추가한 국감국조법 개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국감국조법이 국감의 틀을 정하면, 피감기관들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국감을 받는다. 국회증언감정법은 피감기관과 증인·참고인의 출석 의무와 거짓자료·증언의 불이익을 규정해놨다. 지난 3월에는 위증처벌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증인의 고의 불출석에 벌금을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로 상향시키는 등 내용의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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