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가격의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내용의 '도서정가제'가 지난달 시행 3년을 맞았다. 이 법은 당초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8월 출판·서점 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합의에 따라 오는 2020년 11월까지 연장될 방침이다. 그러나 여전히 실효성 문제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서정가제가 무분별한 할인경쟁을 막아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그런 점에서 동네 중소형 서점, 독립서점들이 살아나는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서점의 성장과 존립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자들의 도서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소비자들이 '비싸다'고 생각하니 도서 구매가 줄고, 이는 다시 전체적으로 서점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한국출판인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 물가에 비해 도서 가격이 ‘비싸다’고 응답한 소비자의 비율은 59.2%로 나타났다. '보통'(37.3%), '약간 싼 편'(2.9%), '아주 싸다'(0.5%) 등 응답 비율에 비해 월등히 높다. 도서정가제 시행 후 도서 구입 권수가 '감소했다'(31%)고 답한 소비자들은 '늘었다'(13.4%)고 답한 이들의 두 배를 넘었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같은 책을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창구를 찾아 나섰다. 출간 18개월이 지난 중고책의 경우 할인율 제한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대형서점에서 운영하는 중고책 시장이나 온라인을 통해 저렴하게 사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또 대형 서점에서는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도서에 각종 굿즈를 끼워 파는가 하면 제휴카드 등 각종 편법할인을 시도하고 있다. 결국 현행 도서정가제가 영세 서점을 되살리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주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지난 8월에 이뤄진 연장 합의에서도 소비자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못했다. 일부 소비자단체가 참여하긴 했지만 공개토론회 한 번 없이 10차례의 회의만으로 3년 연장 시행이 결정됐다. 정가제에 반대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상당한 상황에서 이러한 방식의 결정 과정은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이 제도의 가장 중요한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간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가제 논란은 그 중심에 소비자를 두고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