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홀린 '갓', 만드는 장인 4명 뿐…K-컬처 질주 곧 스톱? 이유 셋

오진영 기자
2025.11.22 11:10

[이주의 FLOW]

[편집자주] 문화·예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문화·예술 관람률은 10명 중 6명인 63.0%. 하지만 넘쳐나는 공연과 전시, 정책에는 자칫 압도돼 흥미를 잃기 십상입니다. 예술에서 '플로우'(Flow)는 몰입을 뜻합니다. 머니투데이가 당신의 문화·예술·스포츠 'FLOW'를 위해 이번 주의 이슈를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지난 9월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소재로 열린 2025 서울 헌터스 페스티벌에서 K-POP 팬으로 구성된 참가 댄스팀 선수들이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우리 문화의 펀더멘탈(기초)이 튼튼하다구요? 무슨 그런 농담을."

21일 만난 한 대중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최근 우리 문화(K-컬처)의 성공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주요 국가에서 음악, 영화, 드라마 등 성과가 잇따르지만 기반은 아직 세계적 수준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수익 구조나 저작권 문제, 독창성 등 우리 문화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도 내놨다.

우리 문화예술의 덩치가 점차 불어나고 있지만 곳곳에서 허점이 눈에 띈다. 투자 규모나 창작자 보호, 지원 정책·예산 등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성공을 이어가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다. K-컬처의 수요가 감소했을 때 타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문화예술계가 지적하는 문제점은 크게 3가지다. 기반(인프라) 부족과 저작권 침해, 투자 규모 감소 등이다. 이 중 기반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수요가 급증했으나 대응 역량이 부족해 장기적인 성장이 어렵다. 문체부의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도서관과 박물관 등 문화시설은 3248개로 일본의 박물관 수(약 5000개)에도 못 미친다. 경주박물관 등 일부 박물관·미술관은 최근 관람객 수용능력이 한계에 다다르며 관람 인원을 제한하기도 했다.

/그래픽 = 김지영 디자인기자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갓'이다. 우리 전통 문화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으로 전세계적인 수요가 급증했지만 정작 만드는 사람이 없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전통 방식으로 갓을 제작하는 기술인 '갓일'의 보유자는 단 4명이다. 평균 연령은 83세다. '한산 모시짜기', '낙죽장' 등 12개 종목도 제작기술 보유자가 1명뿐이다.

지역과 서울의 '문화 격차'도 걱정거리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공연 중 62.7%가 수도권에서 열렸다. 부산과 대구에서 열린 공연 수를 합쳐도(2590건) 서울(9966건)은 물론 경기(2917건)에도 못 미친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지역 수요 위축은 업계 매출은 물론 지역 인재들의 시장 진입, 해외 진출 등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우려했다.

둘째로는 저작권 침해 대응책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우리 콘텐츠가 빠른 시간에 급속도로 성장하다 보니 광범위하고 국제적인 침해에 대응할 수단을 갖추지 못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의 '해외 한류콘텐츠 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콘텐츠 불법유통량은 4억1400만개에 달한다. 업계는 웹툰과 게임, 드라마 등 전 분야에서 최소 수천억원 이상의 피해가 매년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 장통교 일원에서 열린 '2025 육의전 축제'를 찾은 외국인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갓을 써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 뉴스1

마지막으로는 투자 규모다. 대중문화 분야를 제외하면 전 분야의 투자 규모가 부족한데다 민간 투자의 경우 경쟁국에 비해 한참 모자라다. 지난해 기준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액은 2125억원인데 2023년 미국 플로리다에 들어선 필립스공연예술센터 건축 비용(8128억원)의 3분의 1도 안 된다. 정부가 지원 규모를 늘리고 있으나 문체부 예산도 전체 정부예산의 1%에 불과해 한계가 있다.

한 공연 플랫폼 대표는 "우리나라가 유례없는 문화예술 인기를 끌고 있지만 지금은 성공에 취하기보다는 내실을 다질 때"라며 "민간에서 유입되는 자금을 늘리고 창작자들을 적극 지원하지 않으면 시장 규모 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