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대통령단임제 아래 집권 4년차는 정부의 레임덕의 시작되는 시기일 수도 혹은 국정과제를 추진할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국민 생활과 맞닿아있는 경제정책은 특히 집권 4년차인 정부의 힘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기도 하다.
기획재정부가 28일 발표한 '세법개정안' 역시 그런 정책의 하나다. 세법개정안은 출산 세액공제 확대, 월세 세액공제율 상향 조정 등 비교적 서민과 밀접한 내용들로 채워졌지만 전반적으로 무게감이 부족하다.
변론부터 하자면, 여소야대 상황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 세법개정안에 민감한 내용을 넣는 건 부담스러울 법하다. 집권 4년차에 꼭 파괴력 있는 세법을 다룰 필요도 없다. 박근혜정부가 이미 도입한 △종교인 과세(2015년) △가계소득증대세제(2014년) △소득공제 항목을 세액공제로 전환(2013년) 등 논쟁적인 세법을 수습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기재부 스스로 개정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안까지 피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방어적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예컨대 소득세법은 2013년에 법을 바꾸면서 직장인 면세자 비율이 2014년 48%까지 늘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올해 초 인사청문회에서 "면세자 비율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당위엔 동의하면서도 심층평가 중이라며 세법개정안에 넣지 않았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이 지난달 월례브리핑에서 검토하겠다고 했던 '공익법인 5%룰'도 손대지 않았다. 5%룰은 내국법인이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할 때 지분의 5%까지 상속증여세를 면제하는 조항인데 '고려할 게 너무 많다'는 게 보류 사유다. 5%룰의 규제가 과도하다는 주장과, 대기업이 공익법인을 활용한 경영권 방어에 더 나설 수 있다는 주장 사이에서 헤맨 셈이다.
7번째 연장을 밝힌 신용카드 소득공제 연장도 마찬가지다. 세원 투명성 확보라는 정책 목표를 이미 달성했고 일몰이 도래하는 조세 특례는 폐지하는 게 원칙임에도, '연말정산 혜택이 사라질 수 있다는 논리'에 막혔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세법을 잘못 건드리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할 일은 해야 한다. 지금 기재부가 스스로 레임덕을 자초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