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인지 압수수색인지 헷갈릴 정도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마친 한 피감기관 직원이 “국정감사를 위한 자료요청과 관련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한 말이다. 이같은 국회의원 보좌진들의 자료요구 방식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은 비단 어느 한 부처나 기관에서만 아니라 여기 저기서 쏟아진다.
질의에 필요한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마치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하듯 십수년내 관련된 모든 자료나 보고서를 달라는 주문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관련 통계를 생산·분석하는 주무부서들은 국정감사 전후로 업무가 사실상 마비됐다.
자료준비를 하면서 상위기관으로부터 ‘갑질’을 당한 느낌을 받았다는 직원도 상당했다. 한 피감기관 직원은 “추석 명절 전날 밤 한 국회의원실로부터 전화가 와서 다음날 오후까지 답변을 달라고 했다”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국정감사 당일, 피감기관 직원들의 무기력함은 더해진다. 객관적 사실이 아닌 의혹제기나 피감기관과 전혀 관계없는 질의, 본인이 준비한 질문만 하고 슬그머니 자리를 뜨는 국회의원들을 지켜보고 있자면 힘이 빠진다는 것이다.
일례로 올해 국감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에게 “법정최고이자율이 왜 이렇게 높냐”고 언성을 높였던 의원이 있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기관인데 금융위원회에서 관할하는 법정최고이자율을 물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피감기관들의 불성실함이 한몫했다는 반론도 있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면서 자료를 줄 수 없다고 버티는 기관들이 많다”며 “이럴 땐 전수 조사해서 검증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알맹이 없는’ 국정감사는 매년 반복되고, 국회와 정부 등 피감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감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 고조돼 온 국정감사 무용론을 깰 개선책을 마련해야 하고, 피감기관과 수감기관 모두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