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회가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면서 한국은 세계 최초로 수소경제 구축을 뒷받침하는 법을 갖게 됐다. 정부가 지난해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내놓은 지 1년 만이다. 한국이 수소경제 선두국가로 가기 위한 제도와 법적 근거를 장착한 것이다. 하지만 속도감 있는 이행은 과제다. 특히 서울 강서구 수소생산기지 구축 사업이 주민 반발로 무산되는 등 국민 수용성 확보가 시급하다.
수소법은 수소산업 기반 조성과 육성, 안전 인프라 마련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우선 수전해 설비 등 저압 수소용품 및 수소연료사용시설에 대한 안전성 확보가 가능해졌다. 별도 기준이 없었던 저압수소 시설 안전 규정을 만들어 안전성 논란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수전해 설비는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설비로 아직은 실증단계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각 부처 장관이 위원인 수소경제위원회도 구성·운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수소경제를 지원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공통된 의지가 반영됐다. 아울러 수소산업 진흥, 유통, 안전 등 3대 분야를 각각 다루는 전담기관도 세울 수 있게 됐다.
민간 기업을 키우는 내용도 포함됐다. 매출액 중 수소사업 매출액이 일정 금액 이상인 수소전문기업은 기술개발 및 사업화 과정에서 보조·융자·세제혜택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샌드박스 1호로 지정된 수소충전소처럼 수소 관련 기업은 규제를 적게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수소법 제정 이전부터 민간기업이 수소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생태계 토대를 다지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해 말 수소 생산·운송·저장·활용 등 전주기 안전관리체계를 세계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수소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또 지난해 말 안산, 울산, 완주·전주를 수소시범도시로 선정했다. 수소시범도시에선 수소가 교통(수소차·버스), 주거(연료전지)의 주된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수소사회 정착 가능성을 따져볼 수 있는 곳이다.
앞으로 가장 큰 과제는 수소가 위험하지 않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다. 지난해 강릉 수소탱크 폭발사고, 강서구 수소생산기지 사업 무산은 아직 국민이 수소를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산업부가 수소법의 가장 큰 의의로 저압수소 안전 규정 마련을 제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성 확보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핵심부품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수소차, 충전소, 연료전지 핵심부품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예산으로 전년보다 34% 늘어난 936억원을 투입했다. 수소 공급 다양화를 위해 국내 생산 뿐 아니라 해외 수입도 확대할 계획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수소차 보급 못지않게 경제성 있는 수소생태계 조성도 중요하다"며 "수소를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수소 생산방식 다양화, 추출수소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이 강점인 수소차, 연료전지 부문을 뛰어넘는 먹거리도 창출해야 한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수소에너지 백과사전'을 펴내면서 "생산, 운반 등 기술은 제대로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