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농지 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뜨거운 가운데 수도권과 경남지역 4개 시·군의 농지 중 30%가 외지인 소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농지 매입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농지 취득 후 2년 내 이를 다른 목적으로 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실시한 '경기도 화성·안성·여주시, 경남 거창군 등 4개시·군에 대한 농지소유 및 이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농업경영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한 뒤 2년 이내 전용한 면적이 총 157만9354ha(2018~2020년)에 달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산가치 상승을 목적으로 한 투기로 의심받을 수 있는 사례다.
전용 면적은 화성이 62ha로 제일 컸고 △안성 42.8ha △여주 33.6ha △거창 19.3ha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공공정책연구기관인 경남연구원 주관으로 실시됐으며 4개 시·군의 6개 법정리 8128 필지(1627ha)를 대상으로 지난 해 9~12월 진행됐다.
농지소유 주체를 '농업인과 농업법인'으로 제한(헌법 제112조·농지법 제121조)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동일 지역 농지 소유주 조사에서는 전체 농지 30%가 부재지주 소유로 드러났다. 부재지주는 소유주가 시·군 경계를 벗어나 거주하면서 영농활동을 하지 않는 농지 소유주를 말한다.
이문호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경자유전의 원칙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재는 일반 도시민들이 농지를 취득하는 게 불법은 아니다"라며 "문제는 농지취득후 당초 목적대로 영농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6년 1월1일 개정된 농지법에서는 도시거주인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2003년부터는 '주말농장' 제도가 도입돼 비농업인이 농지를 주말·체험영농 등의 목적으로 취득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세대당 1000㎡(약300평) 미만의 범위에서 취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투기를 목적으로 한 위장 농지매입을 차단하기 위해 농지관리에 대한 상시 감시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LH 투기 사례에서 보듯 행정력만으로는 농지매입후 실제 경작여부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해당 지역 농민·농업단체를 구성원으로 하는 (가칭)농어업회의소를 조직, 농지관리 실태를 현장에서 상시 감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농특위 한 관계자는 "농지는 농업의 근본적 조건으로 식량안보 차원에서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농업과 농촌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지속가능성이 크게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며 "LH 투기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으려면 농지소유·이용과 관련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