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 명확한 근거 없이 방역지침을 비(非)과학적이라고 비판하며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정부의 방역조치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지난 14일 청와대는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논평을 내놨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방역에 정치적인 접근은 안 된다"고도 했다. 뒤집어 보면 '거리두기와 방역패스를 축으로 한 K-방역은 과학적'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방역의 수단인 거리두기와 방역패스는 과학적일까. 당연히 과학적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간 접촉을 통해 상상을 초월한 속도로 번진다. 사람간 거리를 두면 당연히 방역효과가 생긴다. 백신 효과에 근거한 방역정책인 방역패스도 마찬가지다. 효과 반감기가 예상보다 빨랐다는 한계를 노출했지만 미접종의 위험성이 접종을 크게 뛰어넘는다는 수많은 연구결과는 사실이다. 방역패스도 과학 위에 기반한 방역 수단이다.
감염병 국면 3년째에 접어든 현재, 이는 과학을 넘어 상식의 영역이다.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는 감염병 국면이 막 시작된 2020년 3월 "코로나균은 사회성 A+급이다. 세계 최고 초(超)연결사회인 한국을 집어삼키도록 방치한 현실에서 의료진과 방역관의 눈물겨운 사투는 증발한다. '사회적 셧다운'을 요청한다. 단기 셧다운의 비용은 장기전보다 싸다"고 논평했다.
이후 방역 고비마다 '사회적 셧다운'이 가동됐고 실제로 유행은 잠시나마 잠잠해졌다. 한번 상식이 된 과학이 다시 거짓이 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둥근 지구가 다시 평평한 지구로 바뀔 수는 없다.
그렇다면 과학적 수단을 기반으로 한 방역 '정책'은 과학적이었을까. 방역정책에는 수많은 모순이 발생했다. 마스크를 써도 나홀로 장보기는 불가능했는데 식당에서는 마스크를 벗은채 '혼밥'이 가능하다. 정부는 확진자 2만~3만명 발생을 경고하면서도 사적모임 인원을 늘렸다. 뒤늦게 조이고 섣불리 푸는 일이 반복되며 확진자 수는 계단식으로 올랐다. 이제 큰 비용을 치르는 장기전에 돌입한 상태다.
결국 방역 정책의 성공은 과학적 방역수단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운용했느냐로 평가받아야 할 텐데 이해못할 모순이 이어졌고, 이제 법의 잣대로 정책의 합리성 여부가 판단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일각에서는 "과학적 방역이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법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과학적 방역 수단이 아닌 이를 운용한 '정책 결정'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18일부터 대형마트·백화점·독서실·학원 등 6종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을 해제하기로 했다. 최근 법원이 서울지역 대형마트와 백화점, 학원 등에 적용된 방역패스 효력 정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이 같은 정책 선회가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학원 등은 유행 규모와 무관하게 방역패스 적용 자체가 불합리하고 모순됐다는 지적을 받은 대표적 시설이었다. 당국은 6종 시설 방역패스 적용 해제 배경 관련, "지난 12월에 비해 유행 규모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