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COVID-19)로 봉쇄됐던 상하이에선 뜻밖의 일이 일어났어요. 두 달만에 봉쇄가 풀리자 앞다퉈 밀렸던 이혼 신청이 쇄도하기 시작한 거예요. 인터넷 매체 펑파이에 따르면 이달 1일 상하이 봉쇄가 풀리고 난 뒤, 각 구정부가 운영하는 이혼 신청 창구에 예약이 폭증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이혼'과 '결혼' 관련 콘텐츠가 뜨거워요. 각종 프로그램에서 유명인들의 이혼을 카메라 앞에 세워 화제가 되고 있죠. 한국언론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빅카인즈'에 이혼을 언급한 뉴스를 검색해 보니 1990년 1059건이었던 언급량은 꾸준히 증가해 2019년 1만7000여 건을 넘었습니다. 이번주 [데이:트] 주제는 '이혼과 결혼사이'입니다.
화제가 되고 있는 것만큼 이혼 건수가 많이 늘었을까요? 답부터 하자면 아닙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혼인?이혼통계를 보면 이혼은 10만2000건으로 1년 전보다 4.5% 감소했거든요. 이혼 건수는 △2019년(11만) △2020년(10만6500) 등 3년 연속 줄었어요.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를 나타내는 조이혼율 역시 2건으로 전년보다 0.1건 감소했죠.
방송에 나온 것처럼 비교적 젊고, 혼인 기간이 짧은 부부들이 이혼을 선택하냐를 봤더니 그렇다고 보긴 어려워요. 일단 지난해 이혼 부부의 평균 혼인지속기간은 17.3년으로 전년 대비 0.6년, 10년 전 대비 4.1년 증가했어요.
지난해 통계를 보면 혼인 기간이 4년이 채 안 된 이혼 부부의 비중은 18.8%로 혼인 지속 기간 5~9년(17.1%), 10~14년(14.3%) 보다 높긴 합니다. 그러나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건 혼인지속기간이 30년 이상된 부부의 이혼 건수였어요. 10년 전에 비해 2.2배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혼인 기간이 4년 이하인 부부들의 이혼 건수가 10년 전인 2011년 3만700여건에서 지난해 2만1100여건으로 줄어든 데 비해, 30년 이상 같이 산 커플들의 이혼 건수는 같은 기간 7900여건에서 1만7900여 건으로 늘었어요. 이른바 '황혼 이혼'이 늘어난 것이죠.
이처럼 황혼 이혼이 늘어난 이유로는 평균 기대수명이 크게 늘어난 것과 여성의 경제적 능력 향상 등이 꼽힙니다. 2018년 울산대학교의 '황혼이혼 결정 과정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결혼생활 20년 후 이혼한 50대 이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이혼으로 '자유'와 '정서적 안정' 등을 얻었다고 답했어요.
반면 위에서 봤듯 '신혼 이혼', 그러니까 0~4년 함께 살고 이혼하는 건수는 감소세예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혼인 건수가 줄고, 초혼 연령이 높아지는 등 결혼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이 변화한 게 큰 이유입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3000건으로 직전해보다 10% 감소했어요. 2011년(32만9100건)과 비교하면 무려 40% 이상 줄었습니다. 결혼을 하는 사람이 줄어든 것은 초기 이혼하는 사람이 줄어든 큰 이유로 볼 수 있어요.
또 초혼 연령은 상승했죠.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3.4세, 여자 31.1세로 지난해보다 각각 0.1세, 0.3세 높아졌어요. 10년 전과 비교하면 약 1.2세 늦춰졌네요.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인식은 옅어지고, 상대방과 삶에 대한 가치관 등이 잘 맞는지 알아보려는 욕구가 강해졌어요.
지난 1월 한 결혼정보업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남성 39.8%, 여성 67.4%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어요. 또 선호하는 혼인신고 시점은 '결혼식 후 1~6개월 사이'(35.3%)가 가장 높았고, 6개월 후(21.5%)가 뒤를 이었어요. 결혼식 전에 혼인신고를 선호하는 답변은 14.4%에 그쳤고요. 결혼식을 올리고도 일단 살아보고 결정하겠다는 분위기가 강해진 거죠. 결혼 하기 전 배우자가 될 사람과 충분히 서로를 알아가고 결혼하려는 추세가 강해지면서 '신혼 이혼'이 과거보다 줄었을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는거죠.
'결혼과 이혼 사이'의 기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었어요. 20년 이상 함께 산 부부의 '황혼 이혼'이 급격히 늘고, 반면 신혼부부의 이혼은 줄었죠.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결혼에 대한 달라진 사회적 인식이 미친 영향도 큰 것 같아요.
법적 혼인이 아닌 다른 형태로 살아가는 커플도 늘었고, 이혼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인식도 많이 개선됐고요. 오랜 시간 함께 살다가 각자의 인생을 보내려는 부모의 선택을 지지하는 자녀가 늘어난 것이 황혼 이혼 증가에 영향을 미쳤듯이요.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겠다"는 혼인 서약은 이제 달라져야할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