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전 관세협상 마무리 구상 …'원화 스와프·분산투자' 절충안 부상

세종=최민경 기자, 워싱턴D.C.=박광범 기자
2025.10.16 16:05
[인천공항=뉴시스] 김진아 기자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16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워싱턴 D.C.로 출국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2025.10.16.아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등 고위인사 4명이 동시에 미국으로 날라갔다. 꼬였던 실타래도 조금씩 풀리는 분위기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한국과 협상과 관련 "향후 10일 내 결과를 예상한다"고 밝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 타결 가능성을 내비쳤다.

4인 고위 협상단, 워싱턴 총집결…백악관 OMB서 담판

김 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6일 미국 워싱턴 D.C.로 떠났다. 하루전인 15일엔 구 부총리가, 14일엔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각 부처의 핵심 통상 라인이 동시에 워싱턴에 집결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 협상단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 관리예산국(OMB)을 방문해 협상의 마지막 고비를 넘을 예정이다.

김 실장은 이날 출국길에 오르면서 "여러 갈래로 이뤄지는 논의를 한 자리에 모아 서로 입장을 조율하고 협상에 박차를 가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을 APEC 정상회의에 맞춰 마무리 짓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에서 협상 서명식을 갖는 모양새다.

'현금 선불' 놓고 이견…협상 막판 조율
(스톡홀름 로이터=뉴스1) =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2024.7.29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스톡홀름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여전히 협상의 최대 쟁점은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약 499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방식이다. 한국은 전체 금액의 5%만 현금 지분투자로 하고 나머지는 보증과 대출로 충당하자는 입장이었지만 미국은 전액 달러 현금 투자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한국은 모두 무역합의에 서명했다"며 "한국은 3500억달러를 선불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정부 협상단은 "이는 협상 과정의 하나일 뿐, 협상은 순항 중"이라는 입장이다. 3500억달러는 우리 외환보유액의 83%에 달해, 전액 현금 지급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대신 정부는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핵심 조건으로 제시했다.

김 실장은 "(협상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이전에는 미국 내 관련 부서들이 긴밀하게 소통하는 인상은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엔 미국도 재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상무부가 긴밀히 서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지금은 아주 빠른 속도로 서로 조율하는 단계"라며 "환율 협상은 이미 끝났고 미국도 우리 외환시장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화스와프 합의가 사실상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도 "통화스와프는 재무부가 관할할 사안이 아니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권한"이라면서도 "제가 연준 의장이라면, 한국은 이미 싱가포르처럼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의 우려를 인식하고 협의 중임을 암시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베선트 장관의 유화적 언급과 구 부총리의 속도감 있는 발언을 종합하면, 양국이 이견을 좁혀가며 타결의 실마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원화 스와프·분산투자' 절충안 부상

협상 테이블에선 원화 기반 통화스와프 체결이 유력한 절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원화 계좌를 통해 대미 투자액을 집행하면 외화 유출 없이 실질적 투자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국가부채 증가 우려가 있어 한국이 현금 비중을 기존보다 다소 높이는 대신 일정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보장받는 형태로 조정이 진행 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현금 투자를 수년간 분산해 집행하거나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금액을 패키지에 포함하는 방안도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베선트 장관은 "우리는 한국과의 무역협상을 마무리하는 단계"라며 "이견들이 해소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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