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고위인사 4명이 동시에 미국으로 날아갔다. 꼬인 실타래도 조금씩 풀리는 분위기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한국과 협상과 관련, "앞으로 10일 내 결과를 예상한다"고 밝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 타결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금선불' 놓고 이견…협상 막판조율
여전히 협상의 최대쟁점은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투자 방식이다. 한국은 전체 금액의 5%만 현금 지분투자로 하고 나머지는 보증과 대출로 충당하자는 입장이었지만 미국은 전액 달러현금 투자방식을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한국은 모두 무역합의에 서명했다"며 "한국은 3500억달러를 선불로 내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정부협상단은 "이는 협상과정의 하나일 뿐 협상은 순항 중"이라는 입장이다. 3500억달러는 우리 외환보유액의 83%에 달해 전액 현금지급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대신 정부는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핵심조건으로 제시했다.
김 실장은 "(협상전망을) 긍정적으로 본다"며 "이전엔 미국 내 관련부서들이 긴밀하게 소통하는 인상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엔 미국도 재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상무부가 긴밀히 서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지금은 아주 빠른 속도로 서로 조율하는 단계"라며 "환율협상은 이미 끝났고 미국도 우리 외환시장 상황을 잘 이해한다"고 밝혔다.
통화스와프 합의가 사실상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베선트 장관도 "통화스와프는 재무부가 관할할 사안이 아니라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권한"이라면서도 "제가 연준 의장이라면 한국은 이미 싱가포르처럼 통화스와프를 맺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의 우려를 인식하고 협의 중임을 암시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베선트 장관의 유화적 언급과 구 부총리의 속도감 있는 발언을 종합하면 양국이 이견을 좁혀가며 타결의 실마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원화스와프·분산투자' 절충안 부상
협상테이블엔 원화 기반 통화스와프 체결이 유력한 절충안으로 떠오른다. 한국 원화계좌를 통해 대미투자액을 집행하면 외화유출 없이 실질적 투자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국가부채가 증가할 우려가 있어 한국이 현금비중을 기존보다 다소 높이는 대신 일정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보장받는 형태로 조정이 진행 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현금투자를 수년간 분산해 집행하거나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금액을 패키지에 포함하는 방안이 협상테이블에 올랐다는 전망도 나온다.
베선트 장관은 "우리는 한국과 무역협상을 마무리하는 단계"라며 "이견들이 해소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