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길 의존 높은데… K가전 '운임' 비상

최지은, 박종진 기자
2026.03.04 04:04

'완제품' 해상운송 의존
'홍해사태' 재연 우려 ↑
소비심리 위축도 변수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나서면서 국내 가전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해상물류 차질로 운임이 급등할 경우 2023년말 '홍해사태'와 같은 물류비 부담이 재연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유가상승과 중동지역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업계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따른 파급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선언하고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시사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주요 산유국을 오만만·아라비아해와 연결하는 핵심 수송로로 세계 석유소비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한다.

냉장고와 세탁기, TV 등 완제품 가전은 대부분 해상운송에 의존해 운임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홍해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홍해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선사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거치는 우회운항에 나서면서 운임이 급등했다. 홍해사태 직후인 2024년 삼성전자는 연간 물류비로 2조9602억원을 집행했다. 전년(1조7216억원) 대비 약 72% 증가한 금액이다. LG전자 역시 같은 기간 물류비가 2조6242억원에서 3조893억원으로 약 17% 증가해 비용부담이 늘어났다.

다만 업계에선 현재까지 직접적인 물류차질이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본다. 가전업계는 운임급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장기운송계약을 해온 만큼 단기충격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중동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운임상승 압박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 공세에 따라 물류 대체경로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물류비 상승뿐 아니라 유가상승까지 겹치면서 산업 전반의 원가부담이 확대될 수 있어 가전업계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예상했다.

실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한 후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기준 5월물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거래일보다 6.7% 급등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물 WTI(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가격도 전장 대비 6.3% 상승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길어지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가상승은 운송비뿐 아니라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원재료 가격 등을 동시에 끌어올려 제조원가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판매둔화 가능성도 변수로 지목된다. 중동은 프리미엄가전 수요비중이 높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업계 1·2위를 다툰다. 양사가 지난해 4분기 생활가전·TV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수익성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전자의 VD(영상디스플레이)·DA(생활가전)사업부는 6000억원의 영업손실을, LG전자의 HS사업본부와 MS사업본부는 각각 1711억원, 261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물류비용이 증가하면 수익성에 일부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며 "글로벌 생산·공급망 체계를 활용해 피해 최소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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