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기간 짧았던 노란봉투법…정부 해명에도 노사 모두 불만

숙의기간 짧았던 노란봉투법…정부 해명에도 노사 모두 불만

세종=김사무엘 기자
2026.03.04 04:20

[일주일후 노란봉투 터진다]③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분수대에서 열린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 폐기 촉구 농성투쟁 돌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1.26. kch0523@newsis.com /사진=뉴시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분수대에서 열린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 폐기 촉구 농성투쟁 돌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1.26. [email protected] /사진=뉴시스

오는 10일 시행되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해 경영계뿐 아니라 노동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대의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결국엔 불확실성에 대한 문제 제기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법안을 제대로 된 공론화나 사회적 숙의 없이 성급하게 추진하면서 노사 모두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을 경계하는 것이다. 정부는 개정 노조법 관련 제기되는 각종 우려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으나 시행 초기 현장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은 사용자의 범위와 노동쟁의의 대상을 확대하고 노조에 대한 과도한 피해보상을 제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노사 관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안으로 평가된다.

개정 노조법의 시행 취지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기본권이 현장에서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단계 하도급 산업구조 속에서 같은 현장에서 일하면서도 소속 회사가 원청이냐 하청이냐에 따라 노동기본권이 달리 적용될 수는 없다는 논리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원청 기업이 하청 노동자에 대해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에서 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 적격을 인정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이를 법제화해 노사 양측이 소송보다는 자율적 합의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라는 것이 본래 취지다.

하지만 정작 시행을 앞두고 사용자뿐 아니라 노동계에서도 반발이 나온다. 우선 경영계에서는 사용자성 확대로 인해 수많은 하청 기업의 노동자들과 무제한 교섭에 나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 노조 간 교섭단위 분리로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이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1년 내내 하청 노조와 교섭하는 일이 빈번해질 것이란 우려다.

또 노동쟁의의 대상에 사업경영상의 결정이 포함된 것도 우려되는 요소라고 지적한다. 경영 상황에 따른 공장 이전이나 해외 투자, 인력 재배치 등도 노조와의 교섭 대상이 되면 경영활동의 위축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노조법 개정 과정에서 경영계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 개정 취지와는 달리 하청 노조의 교섭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형동(앞줄 왼쪽 네번째) 국민의힘 의원과 경제6단체 및 업종별 경제단체 임직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개정안 수정 촉구 경제계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8.19. suncho21@newsis.com /사진=뉴시스
김형동(앞줄 왼쪽 네번째) 국민의힘 의원과 경제6단체 및 업종별 경제단체 임직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개정안 수정 촉구 경제계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8.19. [email protected] /사진=뉴시스

정부는 양측의 우려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우선 과도한 교섭단위 분리로 인한 무제한 교섭 요구가 가능해 진다는 경영계의 우려에 대해 노동부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개정 시행령은 기존에 법원 판결, 노동위원회 판정 등에서 제시했던 요소들을 규정한 것이어서 하청 노조가 요구한다고 무조건 교섭단위가 분리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청 노조의 교섭권을 제약한다는 노동계의 우려에 대해서도 노동부는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 일부를 미리 판단해 원·하청 간 교섭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해명에도 노사 양측의 불만은 여전하다. 반대의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한다는 두려움은 공통적이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노사 양측의 불만을 키운 요인 중 하나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 당시 "노란봉투법에 대한 기업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고 했지만 김 장관 취임 한 달 만에 개정 노조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법 통과 이후 시행까지 유예기간도 6개월에 불과했다. 노동부는 이 기간 중 혼란 최소화를 위해 시행령 개정과 해석지침 마련 등에 나섰지만 노사 모두를 설득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제대로 된 사회적 대화나 공론화 과정 없이 노사 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법안을 추진하면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사무엘 기자

안녕하십니까. 머니투데이 김사무엘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