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곧 끝난대" 유가 떨어지는데…1500원 뚫은 환율 그대로, 왜?

최민경 기자
2026.03.20 16:53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종가가 보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501.0원)보다 0.4원 내린 1500.6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사진제공=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중동 전쟁 조기 종전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틀째 1500원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긴축 우려로 달러 수요가 유지되는 가운데 외국인 자금 이탈까지 겹친 탓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나타난 고환율 흐름이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4원 내린 1500.6원에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492원으로 출발해 1480원대까지 내려갔지만 결국 1500원선으로 돌아왔다. 종가 기준 이틀 연속 150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표면적으로는 환율을 끌어내릴 요인이 더 많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확전 자제를 요청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조기 종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국제 유가는 하락세로 전환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국제 유가 하락 압력에 힘을 보탰다. 베선트 장관이 약 1억4000만배럴 규모의 이란산 원유 제재 해제 가능성과 전략비축유 방출까지 거론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약화됐다.

이 같은 발언 직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뉴욕장에서 98.967까지 밀리는 등 약세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외환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이날 오후 3시쯤 달러인덱스가 다시 99.473까지 뛰고, 미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달러 강세 압력이 재차 부각됐다.

글로벌 에너지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 등 주요국 통화긴축 기대가 유지되며 달러 수요가 쉽게 꺾이지 않는 분위기다.

여기에 국내 수급 요인이 환율을 더 밀어 올렸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6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시장에선 원/달러 환율 하락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동 변수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에너지 수입 결제 수요와 외국인 자금 흐름 등 실수급 요인이 여전히 환율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500원 안팎에서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엔 이란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현실과 중동 문제에 취약한 경제 구조,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미국 상황 등으로 인해 받는 환율 상방 압박이 여전히 클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의 적극적인 환율 방어 의지 △국내주식복귀계좌(RIA) 양도세 면제 등 환율 안정 조치 △4월 글로벌채권지수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 △반도체 중심의 코스피 강세 등은 원/달러 환율 하락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이 이란 사태로 인해 1460원대에서 큰 저항없이 빠르게 1500원에 도달했다는 점과 향후 이란 사태의 가닥이 잡히는 시점이 RIA(국내증시 복귀계좌) 양도세 면제나 채권지수 편입 같은 하방 요인이 발효되는 시기와 맞물릴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이란 사태가 조금만 진정돼도 환율이 다시 1400원대 중반으로 급락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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