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철강, 자동차에 이어 의약품에도 최대 100%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반도체 관세도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역대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반도체 수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다만 미국 내 여건과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하면 실제 관세 부과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5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근거해 의약품 및 원료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포고령에 명시된 특정 대기업에 대해서는 오는 7월31일부터, 그 외에는 9월29일부터 적용된다.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미국과 관세협상을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된 의약품에는 15%의 관세가 부과된다. 제네릭(복제의약품),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의약품)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가 1년 간 유예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품목관세를 부과하면서 의약품과 반도체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관세 부과를 통해 미국 내에 공장 유치를 유도하고 제조업을 재건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해 8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시행하면서도 의약품과 반도체에 대해서는 관세를 유예했다. 필수의약품과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미국이 의약품·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예고와 유예를 반복하면서 실제 부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의약품에 대해서는 이번에 관세 부과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조만간 반도체 관세 부과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은 반도체에 최대 100%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태다. 다만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관세협상을 맺은 국가들에는 15%의 관세를 부과할 전망이다. '최혜국 대우'를 받아놓은 것은 다행이지만, 실제 관세 부과가 이행될 경우 최근 반도체 호실적 행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수출 위축은 불가피하다.
다만 일각에선 미국의 반도체 관세 부과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뿐 아니라 반도체가 포함된 각종 전자제품에도 반도체 가격에 해당하는 만큼 관세를 매겨야 하는데 이 같은 분리과세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이 최근 철강·알루미늄·구리에 대한 관세를 함량 기준이 아닌 가격 기준으로 변경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메모리 산업은 이미 디램 3사 중심의 과점 구조가 고착화한 상태"라며 "인위적인 관세 정책은 오히려 투자 집행 속도를 저하시켜 공급 제약과 가격 상승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