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기본소득은 농촌 활성화 실험…성과 입증이 관건"

세종=이수현 기자
2026.04.12 11:55
김정욱 농림축산식품부 농산업혁신정책실장이 9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대변인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가장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정책입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총괄하는 김정욱 농식품부 농산업혁신정책실장은 9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히 돈을 나눠주는 정책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소비와 생산이 순환하도록 만드는 마중물"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월 1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은 정부가 추진하는 대표적 농촌 활성화 실험이다. 현재 전국 10개 군에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며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대상지를 5곳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2월 말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소득마을 정책을 전담하는 '농촌소득에너지정책관'을 신설했다. 올해 1월에는 농어촌 기본소득 추진단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농어촌 기본소득 추진단 TF 단장을 맡고 있는 김 실장은 이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전남 완도 출신인 그는 농촌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농식품부 내에서도 '현장형 관료'로 꼽히며 홍보·축산·유통 등 주요 분야를 섭렵했다.

김 실장은 이번 사업을 단순 현금 지원 정책이 아닌 '지역경제 재설계 실험'으로 규정했다. 그는 "농촌 정책이 도로나 시설 같은 하드웨어 공급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사람이 실제로 살고, 소비하고,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생활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효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기준 전체 지급액의 77.7%가 사용됐다. 읍 지역은 3개월, 면 지역은 6개월의 사용기한이 주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빠른 소비 속도다.

김 실장은 지난 주말 충북 옥천 시범사업 현장을 찾았던 경험을 예로 들었다. 그는 "면사무소 앞 작은 중화요리집이 점심시간 만석이어서 한참 기다려 들어갔는데 가족 단위 손님 대부분이 기본소득으로 결제하고 있었다"며 "한 주민은 '아버지가 기본소득으로 한턱내겠다며 온 가족이 모였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어 "식당 업주는 매출이 크게 늘어 배달 수요까지 생겼지만 인력이 부족해 대응하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며 "하나로마트가 쉬는 일요일이면 동네 슈퍼 이용이 늘고 어르신들이 게이트볼장에 모여 돌아가며 기본소득으로 음료를 사는 모습도 봤다"고 했다.

김정욱 농림축산식품부 농산업혁신정책실장이 9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대변인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을 꾸리는 사회연대경제 활동도 나타나고 있다. 전북 순창에서는 주민들이 로컬매장을 열어 지역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판매하고 옥천에서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협업해 농산물 공동 판매에 나섰다. 경남 남해에서는 부녀회와 소상공인 등이 참여한 공동체가 취약계층 국 배달 서비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만 과제도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용처 제한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다. 김 실장은 "기본소득의 목적은 지역 내 자본 순환"이라며 "소비가 읍내 중심 상권으로 쏠리지 않도록 거주 읍·면 내 사용 원칙은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제도 보완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첫 지급 이후 관련 부서를 '농어촌 기본소득 상황실'로 운영하며 주민 의견을 집중 수렴했다. 10개 시범군마다 농식품부 과장과 민간 전문가를 매칭해 현장 점검에 나섰다. 수렴된 의견은 추진단 TF 회의에서 일부 반영해 개선했으며 추가 보완 사항은 지속 논의 중이다.

향후 최대 과제는 본사업 전환을 위한 성과 입증이다. 김 실장은 "인구 유입, 소비 확대, 상권 변화, 공동체 회복 효과를 데이터로 입증해야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촌이 무너지면 도시 과밀, 지역소멸 대응 비용 등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농어촌 기본소득이 그 비용을 줄이는 선제 투자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향후 2년간 시범사업 성과를 정량 분석할 계획이다. 사업 전후 시계열 변화와 유사 지역 비교를 통해 정책 효과를 계량화한다는 구상이다.

김 실장은 "기본소득이 마중물이 돼 지역에서 새로운 소비가 생기고 서비스와 일자리가 만들어지며 다시 사람이 모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농촌이 다시 사람이 돌아오고 머무를 수 있는 곳이 되는 것이 우리가 만들고 싶은 미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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