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권한 힘빼는 기류에도, 칼빼든 공정위

세종=박광범 기자
2026.05.28 04:14

사실상 '조사국' 21년만에 부활… 주병기 위원장 "쿠팡사태 같은 복합적 사건 처리에 필요"
'담합·독점제재' 구조적조치 공론화 이어, 권한강화 지적

공정거래위원회 '중점조사기획단' 개요/그래픽=김현정

공정거래위원회의 '중점조사기획단' 신설을 두고 2005년 폐지된 조사국이 사실상 부활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대기업을 상대로 전방위 조사를 벌이던 조사국에는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 경영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킨다는 비판 등으로 2005년 폐지됐다.

이재명정부가 검찰개혁 기조에 발맞춰 반부패수사부(옛 특수부) 조직의 힘을 빼고 있는 것과는 180도 다른 기류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 기조 속에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공소 유지 전담기관인 공소청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진행 중이다. 반부패수사부 기능은 새로 생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이관될 전망이다. 검찰이 독점했던 강력한 수사권한을 분산시키겠다는 취지인데 공정위는 이와 반대로 중점조사기획단을 통해 오히려 권한을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최근 공정위가 반복담합 근절대책과 경제적 제재강화 등을 잇따라 내놓은 상황에서 중점조사기획단까지 신설되면 사실상 전방위 기업사정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단 우려다.

실제 공정위는 반복담합 사업자는 물론 소수사업자의 독과점 고착화에 대응한 '구조적 조치' 도입 공론화에도 나섰다. 기존 행태의 시정조치와 과징금 제재만으로는 독과점 폐해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기업분할이나 지분매각 등과 같은 구조적 조치까지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구조적 조치란 기업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경쟁을 제한할 때 그 기업의 소유구조나 사업형태를 바꾸도록 강제하는 강력한 시정조치를 의미한다. 단순히 나쁜 짓을 하지 말라고 명령하거나 과징금을 매기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몸집이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 독과점 폐해가 나타날 수 있는 구조를 원천적으로 해소하는 데 목적이 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사진)은 "구조적 조치 자체가 있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억지력을 가진다"며 "구조적 조치를 올해 하반기 안에 도입하는 걸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점조사기획단이 정권 입맛에 맞는 조사에만 주력할 수 있단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주 위원장은 "공정위는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지향점 외에 (다른 지향은) 없다"며 "중점조사기획단은 (정권이 아닌) 국민의 입맛에 따라 구조적 문제해결에 특화된 조직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최근 기업 관련 사건이 여러 법위반이 얽힌 복합적 성격을 띠어 사익편취나 부당지원 등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해결을 위해선 중점조사기획단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예컨대 지난해 말에 발생한 '쿠팡 사태'와 같이 다수 법위반이 얽힌 복합사건의 경우 하나의 조직에서 조사해야 신속하고 전문성 있는 제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민생과 밀접한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서도 중점조사기획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중동사태 등 국가적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챙기는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신속하게 처리할 일종의 '기동대' 역할을 중점조사기획단에 맡기겠단 구상이다.

주 위원장은 "중점조사기획단은 일차적으로 복잡한 쟁점을 일시에 다각적이고 종합적으로 조사해 얽힌 실타래를 푸는 탄력(Agile·애자일) 조직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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