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높여잡은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이 자리한다. 중동전쟁 충격 속에서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우리 경제 성장세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중동전쟁에 따른 고유가 장기화와 주요국의 긴축 기조 전환,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의 재확대 등이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경계감을 늦춰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28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보다 0.6%p(포인트) 높여 잡았다.
지난 전망 당시엔 없던 변수인 중동전쟁이 성장률을 0.4%p 갉아먹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반도체 등 IT(정보기술) 수출 호조세(+0.7%p) △정부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0.2%p) △증시 호황(+0.1%p) 등 요인이 중동전쟁 충격을 상쇄하는 것을 넘어 추가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전망(2.0%)을 크게 웃도는 2.6%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성장률 전망치 상향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반도체 호조가 수출과 투자·소비 성장을 다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한은은 올해 재화 수출이 지난 전망 대비 2.8%p 높은 4.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투자 역시 지난 전망보다 2.0%p 증가한 4.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올해 재화수출은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당초 예상을 크게 상회할 전망"이라며 "설비투자도 반도체 등 AI(인공지능) 관련 투자가 큰 폭 늘어나면서 지난 전망경로를 상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IT 수출 호조에 따른 소득·자산 여건 개선 등의 영향으로 민간소비 증가율도 당초보다 0.2%p 높은 2.0%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건 한은뿐만이 아니다. 연초만 해도 2.0% 성장이 목표였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2% 중후반대로 수렴하는 모습이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2월 전망(1.9%)보다 0.6%p 높여 잡았다. 이에 앞서 한국금융연구원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8%로 0.7%p 높였다. 현대경제연구원도 1.9%에서 2.7%로 상향했다.
정부도 성장률 전망치 상향을 공식화한 상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월 올해 경제성장전략에서 제시한) 2.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2%를 얼마나 상회할 것인지는 반도체 호황 정도, 중동 전쟁 영향 등을 봐야 할 것으로 6월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반도체 호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와 중동전쟁 종전 시점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도 분석했다. 이와 관련, 반도체 수출물량 증가율이 올해중 10%대 초반으로 완만히 둔화하고 내년 한자릿수가 낮아지면 우리나라 성장률이 올해 0.3%p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또 중동전쟁 교착상태가 장기화해 국제유가가 연말에도 100달러 이상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올해 성장률이 0.5%p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한은은 "반도체 경기와 중동상황의 비관적 상황이 겹칠 경우 금융과 실물 간 부정적 상승작용이 나타나면서 성장률 둔화폭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