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자동차 투자도 안보가 좌우...한은 "경제안보 영향 확대"

최민경 기자
2026.05.31 12:00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사진=최민경

미·중 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우리 경제의 투자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 수익성과 효율성이 투자 결정의 핵심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안보와 공급망 안정성이 기업과 정부의 의사결정에 중요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경제안보 패러다임의 부상과 우리나라 투자의 구조적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설비투자 변동에 대한 안보·글로벌 요인의 기여 비중은 2001~2019년 평균 29.6%에서 2020년 이후 43.9%로 14.3%포인트 확대됐다.

무역정책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투자의 주요 고려 요인이 된 것이다. 특히 주력 산업인 반도체·자동차 설비투자에서도 이 같은 특징이 두드러졌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안보·글로벌 요인의 투자 기여 비중이 2016~2019년 평균 33.1%에서 2020년 이후 48.7%로 상승했고, 자동차 산업도 같은 기간 25.9%에서 50.9%로 확대됐다.

보고서는 △설비투자의 경기 동조성 약화 △해외직접투자(FDI) 확대 △군비지출 및 방산투자 증가라는 세 가지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변화의 공통 배경으로는 '경제안보 패러다임'의 부상이 지목됐다.

보고서는 경제안보 패러다임의 특징으로 △상호의존성의 무기화 △핵심기술·전략자산 경쟁 △보호무역주의 확산 △복원력 중심 공급망 재편을 꼽았다. 반도체와 AI, 배터리, 희토류 등 전략산업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주요국들은 보조금과 세제 지원, 산업정책을 동원해 자국 내 생산기반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직접투자 확대 역시 경제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경우 국내 설비투자는 위축되는 반면 해외투자는 늘어나는 '자본의 대외 전환'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투자 확대는 제조업 공동화와 협력 생태계 약화 등의 부담을 수반하는 동시에, 보조금 수혜와 글로벌 기술표준 경쟁 참여, 대외순자산 축적 등 긍정적 효과도 함께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경제안보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가치사슬(GVC) 상단에서의 협상력 강화와 기술동맹 확대 △첨단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핵심 제조공정 및 연구개발(R&D)의 국내 잔류 유인 확대 △고숙련 인재 양성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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