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손실보전 기준 공개…국제가격 대신 원가 중심

세종=강영훈 기자, 김지현 기자, 조규희 기자
2026.06.18 17:00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가 가까워졌다는 기대감에 국제유가가 3%대 하락한 가운데 이번 주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의 주간 평균 가격도 4주 연속 소폭 하락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6월 둘째 주(7∼11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지난주보다 리터당 0.5원 내린 2009.9원, 경유는 전주 대비 0.3원 하락한 2004.8원을 기록했다. 14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하고 있다. 2026.06.14. yesphoto@newsis.com /사진=홍효식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업계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업계가 요구해온 국제 가격이 아닌 실제로 발생한 원가를 기준으로 손실보전액을 산정하기로 했다.

산업통상부는 '석유판매가격 최고액 지정에 따른 손실보전을 위한 재정지원 규정'(안)을 마련하고 18일부터 10일간 행정예고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고시안의 핵심은 최고가격제 적용 기간 동안 정유사가 입은 손실을 '원가 등'과 '적정 마진'을 고려해 분기별로 사후 보전해 주는 것이다. 재정지원 금액 산정의 기초가 되는 원가는 원유도입비용(구입가·운송비·보험료 등), 생산 및 판매비용(감가상각비·인건비·연료비·유통비 등), 기타 직접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비용으로 규정됐다.

그동안 정유업계는 하나의 원유에서 여러 제품이 동시에 나오는 공정 특성상 휘발유나 경유 등 특정 제품의 원가를 따로 도출하는 것은 회계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국제 가격을 바탕으로 손실 보전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정부는 고시안 제4조 제2항을 통해 원가를 산정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했다. 정부는 원가 산정의 기준을 구체화하는 대신 정유업계가 요구해온 국제가격(MOPS) 방식은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전체 석유제품 생산·판매에 투입된 공통 비용을 생산량, 매출액, 부가가치 비율 등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배분해 산정하도록 결합원가 배부 방식을 공식화한 것.

개별 기업의 원가 검증이 곤란할 경우 '석유정제업자의 평균적인 비용'을 활용할 수 있는 예외 조항도 마련했다. 신청 단계에서부터 공인 회계법인의 사전 검증을 의무화함으로써 정유사가 자체 계산한 원가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도 제시했다.

그러나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조항도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적정 마진'의 정량적 기준이 부재하고, 정부가 자의적으로 심의를 번복할 권한도 있다. 기업이 회계법인 검증을 거쳐 손실을 입증하더라도 정부가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후에 지원금을 삭감할 수 있는 법적 퇴로를 열어둔 셈이다.

원가 증명을 위해 매출액과 부가가치 등의 대외비 제출이 강제되는 과정에서 영업비밀이 유출될 우려도 있다. 또 정부 편의로 '평균 비용'을 적용할 경우 고도화 설비 투자로 초기 비용이 많이 든 정유사가 손해를 보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정유업계가 요구한 국제가격 방식은 반영되지 않았다. 실제 지출한 비용을 바탕으로 원가를 쌓아 올리는 방식"이라며 "원유 도입가격과 운송비, 보험료 등 실질적으로 지출된 비용은 원칙적으로 모두 원가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정유업계는 정부가 사실상 원가 중심으로 방향을 정한 만큼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세부 정산 과정에서 최대한 손실을 인정받겠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가 기준으로 가는 만큼 통상적인 마진이나 기대수익, 최고가격제 시행 과정에서 업계가 협조해온 점 등이 충분히 반영되기를 기대한다"며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정부와 업계가 상호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안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