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이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한 데 이어 한국은행에 역외원화결제망을 새롭게 구축해 시간과 장소에 제약 없이 원화를 거래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무역거래 원화 결제 인센티브, 야간 유동성 공급 체계 마련 등으로 원화 수요·공급 환경도 확충한다.
재정경제부는 19일 원화를 해외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통화로 전환하기 위한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원화 국제화는 외국인들이 역외에서 원화를 조달·활용하는데 제약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재경부는 원화를 규제 통화에서 자유교환 통화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잡고 △인프라·제도 △수요 △공급 △리스크 분야에서 원화 국제화를 추진한다.
새벽 2시까지 운영하던 외환시장은 지난 6일부터 24시간 체제로 바꿨다. 이에 따라 주말과 1월 1일을 제외하고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 중개 플랫폼을 운영한다. 국내은행의 야간시간 원활한 거래 참여를 위해선 내년 1월부터 매매기준율 산정방식을 시장평균환율(MAR) 방식에서 시간가중평균환율(TWAP) 방식으로 바꾼다.
아울러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자산 장부 평가에 주로 사용하는 글로벌 벤치마크 환율(World Market Refinitiv rate·WMR) 편입을 추진한다. WMR은 런던주식거래소그룹(LESG)이 산출·제공하는 글로벌 벤치마크 환율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런던 오후 4시 기준으로 WMR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원화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외환 당국은 역외원화결제기관을 이용하는 외국인 간 원화 거래를 제한 없이 허용한다. 역외원화결제기관은 해외에 소재한 외국 금융기관으로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해외에서 원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춰 재경부에 사전 등록한 기관이다. 외국인은 국내 계좌 개설 없이 역외원화결제기관 내 원화계좌로 원화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역외원화결제기관을 통한 외국인 간 원화거래에 대해선 외환법령상 자본거래 사전 신고를 면제하고, 은행 확인 의무를 완화한다. 아울러 외국인 간 원화 거래의 최종 결제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은행에 역외원화결제망을 새롭게 구축한다.
외환거래 규제도 완화한다. 이를 위해 외국환거래법령상 자본거래 사전신고 거래 금액을 2배 이상 높인다. 역내계정에서 역외계정으로 이체할 수 있는 자율한도도 상향을 검토한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인프라를 마련한다는 취지에선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유통·거래 근거를 마련하고 국경 간 유출입에 대해서도 제도화한다.
국내 기업이 무역대금 결제 등에 원화를 활용하면 금리 우대, 무역보험 한도 우대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주요 교역국 등과 자국 통화로 수출입대금을 지급하는 현지통화 직거래 체계(LCT)를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주요 관광국과는 '국가 간 QR 결제 연동'을 확대한다.
야간 역외 결제 유동성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선 1단계로 외국환은행이 원화 유동성을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 2단계로는 한국은행의 추가 유동성 제공 여부를 검토한다. 한국은행의 역외원화결제망 시스템이 고도화되기 전까지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는 원화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국제화 수준에 상응하는 대외안전판을 선제적으로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모니터링, 시스템 리스크 관리, 위기대응체계 전반에 걸쳐서도 역외 원화시장을 고려한 외환건전성 관리체계로 단계적으로 전환한다.
원화 국제화가 이뤄질 경우 해외를 여행할 때 금융앱의 QR 코드로 별도의 환전 없이 해외에서 결제하고, 신용카드 결제수수료도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수출입 기업은 수출대금을 원화로 계약하고 받아 환전 비용과 환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