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약 합법화 재시동… 암거래 끊어낼까

낙태약 합법화 재시동… 암거래 끊어낼까

홍효진 기자
2026.07.20 04:02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온라인서 35만~55만원
가짜 약·오남용 등 우려
식약처, 허가 절차 재개
의료계 "제도 보완 먼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임신 몇 주세요? 정품이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지난 18일 임신중절 약물 '미프진'(성분명 '미페프리스톤')을 판매하는 한 웹사이트의 상담대화방에 기자가 문의를 남기자 받은 답변이다.

상담직원은 임신주수를 물은 뒤 "안전하게 정품으로 배송한다"며 '임신 7주 전 35만원, 임신 7~12주 55만원'의 비용을 제시했다.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말엔 '현재 나이' '6개월 내 수술이력' '복용약물' '삽입형 여성용 피임기구 사용여부' 등을 물었고 본인은 약사라며 직접 복용상담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엔 이같은 경로를 통해 미프진을 구입한 여성들의 후기와 홍보성 게시물이 다수 올라와 있다.

19일 정부·의료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절 약물 미프진의 정식 도입을 언급하면서 관계부처간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낙태약 암시장'을 끊어내고 정부 차원의 관리체계가 마련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프진은 임신 10주 이내 초기단계에서 중절을 유도하는 경구용(먹는) 낙태약이다. 1988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현재 미국·중국 등 약 100개국에서 합법적으로 사용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 미프진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국내에선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으나 종교계 등의 반발로 대체입법 마련과 중절약물 도입이 늦어졌다. 현대약품은 '미프지미소'란 제품명으로 2021년 해당 의약품의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보완 요구로 자진취하했다. 이후 2023년 재신청이 이뤄졌으나 당시 관련법 개정문제로 심사를 중단했다. 현대약품은 2024년 12월 세 번째 허가를 신청한 상태로 식약처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합법적 판매처가 없다 보니 임신중절을 원하는 여성은 해외직구 등을 통한 암시장을 이용하는 사례가 적잖다. 이에 여성단체는 "국가가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해야 한다"며 미프진의 정식 허가를 요구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최근 논평에서 "여성의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는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계의 반발은 거세다. 특히 법을 개정하기 전이라도 약물을 우선 도입한 뒤 '의사 재량권'에 따라 처방기준을 판단하자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의사에게 책임을 전가한다"고 비판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임신중지 약물의 단순 시판 처방체계는 불완전 유산, 자궁파열, 과다출혈, 패혈증 등 심각한 합병증 발생시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지는 구조적 모순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신중지 약물의 의약분업 예외품목 지정 △임신 초기(10주 이내) 투약제한 △불가항력 의료사고 면책제 도입 △한국인 대상 가교임상(약물에 대한 인종간 효능성 확인)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낙태약 허가로 암거래를 바로잡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7일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음성적으로 미프진을 사다 보니 가짜 약을 쓰거나 사용법을 잘 지키지 못하는 등 여성의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며 "안전한 사용을 위해선 (미프진) 합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국회와 모자보건법 개정을 논의 중"이라며 "의료계와도 안전한 관리지침 마련을 위해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홍효진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홍효진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