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책의제는 정권에 따라 표류해선 안 된다. AI(인공지능)와 반도체 산업 발전이 국가적 아젠다가 된 상황에서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전력과 용수 확보는 필수 과제다. 원자력발전과 수자원 정책이 부침을 겪었던 것에 대해서도 복기가 필요하다. 주52시간 근무제 역시 R&D 인력의 효율적인 연구와 시간배분을 위해서 경직적인 적용에서 탈피해야 한다.
5번의 여야 수평적 정권 교체는 민주주의 성숙의 상징이지만 주요 정책면에서는 부침이 심한 흑역사라 불릴만 하다. 대표적인 것은 원전 산업이다. 원전은 박정희 정부에서 도입된 이후 UAE(아랍에미리트) 수출이 이뤄지는 등 산업적으로 성숙한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혼선을 빚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이를 복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의 감원전 공약에서 벗어나 실용주의 기반하에 원전 산업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수자원 정책도 정권에 따라 급변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정비 사업'을 핵심 아젠다로 내세웠지만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백지화로 돌려세웠다. 농업과 공장 가동을 위한 용수 확보와 재해 대비, 수질 보호는 모두 소중한 과제인데도 말이다. 이재명 정부는 치수와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용수 공급을 위해 수자원 정책을 다시 검토 중이다.
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정권과 무관하게 꾸준히 추진해 성과를 낸 사례로 꼽힌다. 노무현 진보정부가 물꼬를 튼 정책을 이명박 보수정부가 이어받아 완성한 것이 특징적이다. FTA가 없었다면 사상 최초로 올해 연간 수출액 1조 달러에 도전하는 무역대국의 면모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현재 호남지역 반도체단지 육성과 메가특구를 주요 국가의제로 내건 상태다. 특별한 정책성과를 강조하는 만큼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과거 반도체 특별법에서도 52시간 적용 예외는 검토됐지만 노동계를 의식한 진보진영의 거부감으로 실제 입법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시간 경쟁' 산업인 반도체업의 특성도 이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주 52시간 예외 적용 문제는 노동정책보다 더 큰 차원인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의를 이뤄 입법 성과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