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의 사생활 노출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사생활 공개가 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프라이버스, 즉 사생활 보호는 서구 사회에서 가장 중시되는 권리 중 하나다. 그에 따른 처벌 수위도 높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어떤가? 유독 타인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다. 게다가 미디어는 이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관찰 예능’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을 통해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된다. 일단 공개되면 ‘OOO집’이라는 간단한 검색어 만으로 그들이 어디에 사는지, 부동산 가격은 어느 정도 되는지 단박에 확인 가능하다.
집안 내부도 훤히 알 수 있다. TV를 통해 속속들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고 침입한다면 삽시간에 구조를 알고 있는 집안을 샅샅이 뒤지며 원하는 물품을 갖고 도주할 수 있을 것이란 아찔한 결론에 도달한다.
MBC 관찰 예능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사생활을 공개했던 방송인 박나래의 절도 피해는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된 사례라 볼 수 있다. 그는 지난 7일 자택에 도둑이 든 것을 확인한 후 이튿날 경찰에 신고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수천 만 원에 이르는 금품 피해가 있었다. 일각에서는 내부자의 소행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었고 인근에서 이미 또 다른 사건에 연루된 남성의 소행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남성은 박나래의 집인 것을 모르고 절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사생활 공개로 인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피해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수 이효리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3년 가수 이상순과 결혼 후 제주도에 터를 잡고 연예 활동을 쉬던 그는 JTBC 예능 ‘효리네 민박’을 통해 집을 공개했다. 시대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이효리의 삶은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그 결과 부부의 집은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고, 일부 몰지각한 이들이 관광 코스 삼기도 했다. 불쑥 찾아오는 이들이 집의 벨을 누르기도 했고, 담을 넘어온 사례도 있다고 이효리는 고충을 토로했다. 결국 이효리는 이 집을 떠나 다른 곳에 보금자리를 잡았고, 이후에는 관찰 예능을 통해 집을 공개하는 일을 삼갔다.
최근에는 모델 출신 방송인 한혜진이 아찔한 경험을 토로했다. 그는 가평에 별장을 마련하고 자신의 라이프를 여러 플랫폼을 통해 공개했다. 그후 그의 집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차량이 찾아오거나, 한 중년 부부가 무단으로 침입해 차를 마시고 사진을 찍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휴식을 위해 이 집을 마련했던 한혜진은 울타리를 치고 CCTV를 설치하는 등 보안을 강화했다.
일각에서는 연예인들의 사생활 노출을 문제삼기도 한다. 스스로 ‘드러나는 삶’을 택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는 온당치 않다. 성적 피해를 입은 여성에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다니지 말라’고 훈계하는 것도 다를 바 없는 지적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사생활을 공개했다손 치더라도 그렇기 때문에 사생활을 침해받는 것이 용인될 순 없다.
하지만 자택 공개로 인해 위험함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진다는 우려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 그릇된 생각을 품은 범죄자의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계를 17년 전으로 돌아보자. MBC 예능 ‘무한도전’이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시기, 출연자인 방송인 노홍철이 늦은 시간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앞에서 한 남성에게 기습적인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여러가지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출연진들의 거주지를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경찰 수사 결과, 가해 남성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디어를 통한 사생활 노출이 정신질환을 가진 이들의 가해 대상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 실제 사례를 통해 드러난 셈이다.
범위를 넓히자면 이런 문제는 SNS를 사용하는 모든 대중에게도 해당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X 등을 통해 대중은 각자의 사생활을 더 많이 노출하는 시대다. 그러면서 그들은 더 많은 팔로어를 갈급한다. 이는 무슨 뜻일까? 자신이 SNS를 통해 노출하는 사생활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며 추종하는 이들이 늘길 바란다는 방증이다.
그 방식도 다양하다. 누군가는 놀러가는 휴양지를, 또 다른 누군가는 근사한 식당의 음식을 통해 자신의 동선을 공개하고 재력을 과시한다. 신체 노출을 콘텐츠로 삼기도 한다. 결국은 이를 통해 누군가의 관심을 사고 팔로어를 늘리려 한다.
하지만 혹자가 원치 않는 관심을 보이며 ‘선’을 넘거나, 그들이 올리는 콘텐츠에 비판적 입장을 내면 태도가 달라지곤 한다. “사생활을 존중해달라”고 직접적으로 요청하기도 한다. 이 때 또 다시 아이러니한 상황이 빚어진다.
SNS를 통해 사생활을 노출하면서 적정선을 넘으면 사생활을 지켜달라고 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다. 중요한 건 여기서 ‘적정선’을 찾는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적정선과 상대방이 생각하는 적정선은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정도 마찰은 일상에서 겪게 되는 불편 정도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이효리, 한혜진, 박나래의 사례처럼 범죄 피해의 영역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다.
SNS를 통한 사생활 노출의 명암, 비단 연예인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SNS 세상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 모두가 고민해야 할 숙제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