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석, '킹키부츠'의 살아 숨 쉬는 전율

한수진 기자
2025.12.24 13:53
강홍석은 한국 프로덕션의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롤라 역을 7시즌 중 6번을 맡으며 완벽한 연기를 선보여왔다. 그는 캐릭터의 상반된 요소들을 몸과 마음으로 살아내며 웃음, 카리스마, 가창을 모두 롤라의 언어로 표현해 관객을 설득한다. 특히 "너 자신이 돼. 타인은 이미 차고 넘쳐"라는 대사를 통해 오랜 경험이 담긴 고백과 삶의 태도를 전달하며 작품의 메시지를 증명한다.
'킹키부츠' 강홍석 / 사진=CJ ENM

한국 프로덕션의 뮤지컬 '킹키부츠'를 이야기할 때, 강홍석을 빼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는 총 일곱 시즌 가운데 여섯 번을 함께하며 롤라를 연기해 왔다. 이 역할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얼굴이자, 한국 무대에서 롤라의 정서와 에너지를 기준처럼 세워 온 배우다.

그래서 강홍석의 롤라는 언제나 '완벽'에 가깝다. 다만 그 완벽함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매 시즌, 매 공연마다 더욱 깊게 숙성된다. 강홍석의 롤라는 무대 위에서 가장 자유롭고, 동시에 가장 단단하다.

롤라는 아마추어 복서 출신의 드래그퀸(여장남자)이다. 강인함과 화려함, 유머와 상처, 자신감과 취약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캐릭터다. 이 상반된 요소를 하나의 인물 안에서 설득력 있게 공존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강홍석은 이 모순을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연기하기보다 몸과 마음으로 살아낸다. 캐릭터에 대한 완벽한 체화가 전제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부진 근육과 매끈한 각선미가 동시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홍석의 연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관객이 기대하는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이다. 관객은 강홍석에게서 웃음을 기대하고, 카리스마를 기대하며, 폭발적인 가창을 기대한다. 그는 그 기대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충족시킨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 모든 것이 강홍석이라는 배우의 재능 과시로 남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웃음도, 카리스마도, 가창도 모두 롤라라는 인물의 언어로 발현된다. 그래서 그의 무대는 배우의 쇼가 아니라 캐릭터의 완성으로 기억된다.

'킹키부츠' 강홍석 / 사진=CJ ENM

무대 중반 등장하는 "너 자신이 돼. 타인은 이미 차고 넘쳐"라는 대사가 관객에게 깊이 박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문장은 자칫하면 가르침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강홍석의 입을 통과하는 순간, 그 말은 전혀 다른 성격을 띤다. 오랜 시간 롤라를 살아온 배우의 체온과 경험이 실리기 때문이다. 그 순간 이 대사는 설명이 아니라 고백이 되고 삶의 태도가 된다.

특히 강홍석의 롤라는 웃음의 밀도가 유난히 높다. 그의 유머는 계산돼 있지만 기계적이지 않다. 객석의 반응을 읽고, 박자의 속도를 조절하며, 웃음이 머무를 자리를 정확히 남겨둔다. 그래서 웃음 명중률이 거의 100%다.

가창은 감탄스러운 경지다. 강홍석은 폭발력 있는 고음을 과감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배우다. 그러나 동시에 감정을 섬세하게 눌러 담을 줄도 안다. 그의 목소리에는 소울풀한 결이 살아 있고, 그 결은 롤라라는 인물의 서사를 단단히 받쳐준다.

그래서 강홍석의 가창은 한 번의 폭발로 끝나지 않는다. 무대를 통과하며 연쇄적으로 전율을 만들어내고, 작품 전체의 온도를 끌어올린다. 한 곡이 끝난 뒤에도 여운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다음 장면까지 이어진다. 쇼 뮤지컬이 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카타르시스를 확보하는 지점, 그리고 매번 관객을 확실하게 설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강홍석의 롤라는 '킹키부츠'라는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존재다. 그는 롤라를 통해 이 작품의 메시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증명한다. 다름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화려함은 가면이 아니라, 정체성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무대 위에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일이 얼마나 단단한 힘을 갖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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