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이상하게 눈을 떼기 어려운 남자 주인공의 탄생이다. 배우 정이찬이 '닥터신'에서 인물의 뒤틀린 결을 자신만의 톤으로 밀어붙이며 기묘한 몰입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정이찬은 지난 11~12일 방송된 TV CHOSUN 주말미니시리즈 '닥터신'(작가 피비(임성한), 연출 이승훈)에서 누아 병원 신경외과 원장 신주신 역으로 분해 금바라(주세빈)를 향한 예측 불가 애정 공세로 극의 재미를 이끌었다.
신주신은 상대를 배려하기보다 자신의 욕망에 따라 돌진하고, 감정보다 통제를 앞세우는 인물. 소시오패스적 기질을 지닌 천재 의사라는 이 기괴한 캐릭터는 정이찬 특유의 낯선 톤과 맞물리며 묘한 설득력을 얻었다. 익숙한 로맨스 문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방식이 오히려 신주신의 비정상성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극에 독특한 재미를 불어넣고 있다.
대표적인 장면이 금바라를 본가로 불러 건넨 프러포즈였다. 로맨틱한 설렘 대신 위화감이 감도는 사랑 고백이었다. 당황스러워하는 바라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리트리버를 사주겠다며 "자식 낳아서 잘 키워만 주면 돼"라는, 구시대적이고 파격적인 프러포즈를 건넸다. 일반적인 드라마였다면 달콤한 눈빛과 애절한 감정선이 동반됐어야 할 장면이지만, 일방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결로 풀어냈다. 이후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고 집 앞으로도 찾아가며 끊임없이 바라를 설득하려 들었다.
다른 장면에서도 신주신의 감정선은 범상치 않았다. 김진주(천영민)의 뇌를 전 연인 모모(백서라)에게 이식한 뒤, 그가 아이를 유산하자 곧바로 파혼을 택한 신주신은 주변 인물들마저 당황할 만큼 냉혹한 태도로 돌아섰다. 반면 금바라에게는 상대가 당황할 만큼 저돌적으로 애정 공세를 퍼부었다. 거의 매일 바라에게 연락하는 것은 물론, 비를 무서워한다는 바라의 말을 기억해 비 내리는 날 그의 집 앞으로 단숨에 달려가 거침없이 끌어안기도 했다.
이처럼 신주신은 마음이 떠난 전 연인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함을, 새로운 대상에게는 맥락을 뛰어넘는 맹목적 직진을 보이고 있다. 정이찬은 이 극단적인 간극을 특유의 건조하고 이질적인 연기로 밀어붙이며 로맨스 장면마저 짜릿한 도파민을 불어넣고 있다.
경직된 듯한 톤을 기묘한 매력으로, 황당한 설정을 묘한 중독성으로 바꿔내며 극을 이끌고 있는 정이찬. 시대착오적으로 보일 수 있는 서사마저 낯선 흡인력으로 끌고 가는 그의 연기는 '닥터신'의 가장 독특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회차에서 이 기묘한 남자 주인공이 또 어떤 얼굴로 안방극장의 시선을 붙들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