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AI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 데이터센터(AIDC) 특별법 처리를 서두르고 있지만, 정작 법안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충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전력 공급 방식을 두고 관계 부처 간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아서다.
AIDC 특별법은 지난달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지난 9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는 정족수 미달로 의결되지 못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같은 날 "AIDC 논의의 핵심이 전력 문제"라고 언급했다. 법안의 쟁점이 시설 확충 자체보다 전력 확보 방식에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하나는 비수도권 AI 데이터센터에 대해 발전사업자와 직접 전기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전력구매계약(PPA) 특례다. 다른 하나는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을 따지는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어느 수준까지 완화할지다. 과기정통부는 AI 인프라 구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런 특례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관계 부처 안에서는 특정 산업에만 별도 전력 특례를 넓히는 데 대한 형평성 논란과 기존 전력시장 제도와의 충돌 가능성을 우려한다.
법안의 취지는 인허가 절차를 줄이고 입지 규제를 완화하며 전력과 용수 확보를 지원해 AI 데이터센터를 국가 전략 인프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여야가 각각 발의한 여러 법안을 병합 심사할 정도로 기본적인 공감대도 형성됐다. 다만 선언적 지원보다 실제 전기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유연하게 공급할 수 있느냐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전력 문제가 부각되는 배경에는 데이터센터의 빠른 증가와 수도권 집중이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는 2024년 기준 165개소다. 전체의 60.4%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민간 데이터센터만 보면 수도권 비중은 75.3%에 이른다. 전력 수요도 빠르게 늘어 2023년 5.0TWh에서 2030년 13.8TWh로 증가하고, AI 확산이 빨라지는 시나리오에서는 20.9TWh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이어진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챗GPT 운영사 오픈AI는 영국에서 추진하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보류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그 배경에는 높은 에너지 비용과 규제 부담이 있었다. AI 경쟁력이 GPU 확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필요한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특별법 논의는 AI 산업 육성과 전력 제도 원칙 사이에서 어느 지점까지 예외를 허용할지를 두고 조정하는 과정의 일부다. 정부와 국회가 전력 공급 방식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사업 속도는 기대만큼 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예외를 과도하게 넓히면 형평성과 제도 일관성에 대한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