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지친 여자들에게 공감과 휴식 선사하는 토크쇼, '도시여자대피소'

최재욱 ize 기자
2026.06.18 13:24

고아성 김민경 편집장 찰스엔터가 진행 맡아 정답보다 공감을 선사하는

KBS 예능 유튜브 채널 여의도 육퇴클럽이 선보인 '도시여자대피소'는 고아성, 김민경, 찰스엔터가 진행하는 팟캐스트형 토크쇼다. 이 프로그램은 이상형, 축의금, 재테크 등 여성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다루며 정답보다 공감을 선사하는 방식을 취했다. 일상의 고민을 솔직하게 나누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휴식과 공감을 제공하며 유튜브 시대의 새로운 예능 모습을 보여주었다.
'도시여자 대피소', 사진=방송 영상 캡처 

최근 예능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콘텐츠는 의외로 거창하지 않다. 수십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도 아니고, 자극적인 게임이나 경쟁 포맷도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누군가의 솔직한 이야기다.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중심으로 성장한 토크 콘텐츠의 인기는 이를 증명한다.

KBS 예능 유튜브 채널 여의도 육퇴클럽이 지난달 선보인 ‘도시여자대피소’ 역시 그런 흐름 위에서 탄생한 프로그램이다. 배우 고아성, 민음사 편집자 김민경, 유튜버 찰스엔터가 진행을 맡은 이 프로그램은 커리어와 연애, 우정과 결혼 등 여성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팟캐스트형 토크쇼다. 직업도, 나이도, 사는 방식도 다른 여자들이 모여 현실을 웃음으로 풀어내는 수다가 시작된다.

‘대피소’는 위험을 피해 잠시 머무르는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여자대피소’라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치열한 일상과 사회적 시선, 관계의 피로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의 생각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임을 의미한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흥미로운 것은 이 공간이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이다. 과거 여성 토크쇼들은 결혼, 출산, 육아 등 생애주기 중심의 이야기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도시여자대피소’는 훨씬 사소하고 구체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첫 화에서는 이상형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이상형’이란 단순히 외향적 취향을 말하는 게 아니다. 왜 그런 사람에게 끌리는지, 인간관계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들여다보는 과정이 담겼다. 방송인 이금희가 출연해 결혼과 싱글 라이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함께 텉어놓는다.

2회에는 댄서 출신 유튜버 권또또가 함께했다. 출연자 중 유일한 기혼자로서 매번 고민하게 되는 축의금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현실적이고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소재다. 그러나 지금을 살아가는 2030 세대에게 축의금은 인간관계와 경제적 부담,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모두 얽혀 있는 문제다. 취업준비생의 축의금은 얼마가 적당한지, 비혼주의자는 축의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결혼 후 친구 관계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같은 질문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답을 찾지 못하는 고민들이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3회에는 영화감독 김초희와 함께 돈과 노동,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을지, AI 시대에 우리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등 개인의 삶과 경제적 현실이 맞물린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오간다.

이상형과 축의금, 재테크. 얼핏 서로 관련이 없는 주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 이야기는 결국 같은 질문으로 연결된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 누구를 사랑할 것인지, 어떤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어떻게 돈을 벌고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모두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현실과 맞닿아있다. ‘도시여자대피소’는 바로 그 지점을 놓치지 않는다.

이상형이든 축의금이든 재테크든, ‘도시여자대피소’는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대신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시청자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이 지점이 바로 프로그램의 경쟁력이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그런 의미에서 ‘도시여자대피소’는 여성들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예능으로 옮겨놓은 프로그램에 가깝다. 누군가는 연애를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결혼을 고민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인간관계와 돈 문제로 머리를 싸맨다. 그 과정에서 웃음도 나오고 공감도 생긴다.

‘도시여자대피소’는 단순히 여성 토크쇼 하나가 새롭게 등장했다는 의미를 넘어, 방송국 예능이 유튜브 시대의 시청자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거대한 이벤트보다 일상의 고민이 더 큰 공감을 얻는 시대, 이 프로그램은 그 변화를 가장 영리하게 포착한 예능 중 하나다. 거창한 메시지보다 솔직한 경험을, 정답보다 공감을 선택한 이 토크쇼는 어쩌면 지금 시대가 원하는 가장 현실적인 여성 예능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조이음(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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