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구리시새마을회는 지난 4월 구리시 교문동에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 새마을회관 신축 공사를 발주하면서 부가가치세와 공사 이윤을 포함한 기초가격을 7억1715만원으로 공고했다. 이는 당초 설계금액(13억7500만원)에서 무려 6억6000만원을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주금액을 절반 이하로 후려친 셈이다.
대한건설협회가 원가계산 전문기관에 요청해 분석한 결과 정상적인 발주금액은 14억1000만원. 하지만 발주처는 2년 전 표준품셈을 적용하고 그마저 품셈단가를 추가로 삭감한데다, 일반관리비와 이윤까지 임의 감액해 기초금액을 반값으로 낮춘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집행되는 민간 보조금 사업이어서 지방계약법령에 따라 예정가격을 작성·발주해야 하는데도 버젓이 공사단가 후려치기가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지자체에 조사·감독을 요청해 놓았다”며 “정책과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공공공사비 후려치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최근 10년간 공공공사를 주로 해온 건설업체 1500곳이 문을 닫았다. 10개 업체 중 4개사가 폐업한 것이다. 이 때문에 4만5000여개의 관련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2005년 5.9%였던 건설업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15년 0.6%에 그치며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공공공사 적자는 이미 국내 건설업계의 임계치를 넘어섰다. 건설업체들은 주택부문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SOC(사회간접투자) 공사의 적자를 메우고 있다. 주택부문이 없는 건설업체는 말그대로 '아사' 직전이다. 공공공사 위주 건설업체 3121개사의 2016년 평균영업이익률은 -24.6%. 공공공사 10건 중 4건이 적자공사다.
공사 발주시 예정가격은 설계가격 기준으로 산정돼야 한다. 하지만 실제론 설계가격의 약 13.5%가 삭감돼 결정되고 있다. 여기에 입찰제도가 경직적으로 운영되다보니 낙찰방식에 따라 최대 23%가 또 삭감된다.
특히 300억원 미만 공사의 낙찰률은 예정가격의 최저 80% 수준으로, 약 17년간 고정됐다. 300억원 이상 공사의 낙찰률도 최대 77%대까지 하락, 덤핑 문제로 폐지된 ‘최저가낙찰제’ 수준에 근접했다. 이렇다보니 수주 전쟁은 커녕, 사업자가 몰려도 시원찮을 공공공사가 수차례 유찰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제 공주 정부통합전산센터 신축공사는 7차례나 유찰되면서 아직까지 사업자를 정하지도 못했다. 공사를 수주해봐야 적자만 커지니 맡겠다고 선뜻 나서는 업체가 없는 탓이다. 대지면적 22만3000㎡, 연면적 1만5500㎡ 규모로 2015년 11월 7번째 공고 당시 추정금액은 1105억원.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시공업체 입장에선 공사 규모 대비 견적이 안나오는 액수”라고 꼬집었다. 대구 정부통합전산센터도 세차례 유찰돼 개원 시기가 수년이나 늦춰졌다.
상황이 이럼에도 중소건설업체 입장에선 공공공사를 안 할 수 없다. 인지도가 낮아 섣불리 주택사업에 뛰어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전 공공공사로 인한 적자를 돌려막으려면 울며겨자먹기로 다음 공사를 수주해 현금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식이다.
지난 5월 말 22개 건설단체 산하 7000여명의 건설노동자들이 대국민 호소대회를 열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에워싼 이유다. 업계는 정부가 적자공사를 강요하고 건설업체는 일손을 놀릴까 두려워 억지로 수주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속히 발주 제도를 개편하고 적정공사비 책정 세부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도 오는 9월 중 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방침이지만, 국가계약법은 기획재정부 소관이다. 지난해 초 기재부가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개정, 공사기간 연장비용 신청 시 불필요한 규제가 양산되기도 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안전시공을 위해서라도 불합리한 공공공사 가격 산정기준을 개선하고 낙찰 하한률을 높여 덤핑 방지를 제도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적정 추가 비용을 지급하고 공사비를 부당하게 삭감하는 불공정 관행도 근절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