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가능성을 시사하자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재가열 조짐에 언제든 칼을 빼겠단 시그널을 던졌으나 주택수급이 악화될 수 있다. 단기 과열조짐은 차단할 수 있어도 중장기적으로는 공급이 줄어 상승폭을 더 키울 수 있단 지적이다. 개발 이익을 청약 당첨자가 독식하는 '청약 로또' 현상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국토부는 지난 5일 공공택지 분양가심사위원회 위원회의 명단과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주택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달 26일 김현미 장관이 분양가 상한제 강화 방침을 언급한 지 열흘만이다.
김 장관은 당초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가능성도 시사했으나 이번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주택시장이 가열되면 언제든 추가 대책을 내놓겠단 입장이라 건설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엔 따르면 이미 서울 집값은 3주 연속 올랐고 강남에서 강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분양가 상한제란 새 아파트의 분양가를 땅값(택지비)과 건축비를 더한 기준금액 이하로 분양가를 제한하는 제도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공공택지에 도입된 후 2007년 민간택지로 확대됐으나 2015년 4월 민간택지는 조건부실시로 바뀌어 유명무실해졌다.
2017년 11월 주택법 시행령 개정 이후 주택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 우려가 있는 지역 중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국토부장관이 지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 지정된 곳은 없었다. 3개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것이 기본 지정요건이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을 포함한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약세를 보여 당장 지정요건에 해당된 곳은 광명과 구리다. 올해 2분기 집값이 각각 2.4%, 0.36% 올랐다. 최근 집값 오름세의 진원지가 강남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지역의 분양가를 누른들 정책효과는 미미하다. 실제로 칼을 빼든다면 상한제 적용요건을 느슨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추가 대책의 시기적절성 여부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일부단지들이 상반기의 낙폭을 회복했지만 추가 매수세가 따라붙은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체로 하반기에도 상승 전환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반면 최근 1년간(5월 기준) 서울의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12.53% 상승했다. HUG에 따르면 선호도가 높은 60㎡ 초과 85㎡ 이하 타입의 분양가는 같은 기간 1㎡당 663만원에서 833만6000원으로 25.73%나 뛰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1년간(6월말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그 절반인 12.74%다.
특히 올해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매매가격이 빠진 와중에도 꾸준히 올랐다. 지난해 12월 1㎡당 739만8000원에서 올해 5월엔 778만6000원으로 5.24% 뛰었다. 추가 대책의 칼끝이 '분양가'에 집중되는 이유다. 특히, 정부는 분양보증 승인을 통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관리가 미흡했다는 판단이다.
시장에선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사업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후분양을 택한들 피해갈 구멍이 없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싸게 책정되면 분양받는 이는 시세 차익을 볼 수 있으나 정비사업 주체인 조합원은 추가분담금이 커진다. 자칫 일반 분양가보다 조합원 분양가가 높아져 조합별로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정비사업이 늦춰지면 서울 같은 대도시권은 신규주택 공급 통로가 막히게 된다. 이미 서울에선 조합마다 분양 일정이 늦춰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분양을 예고한 개포주공4단지(개포그랑자이)는 분양 시기를 아직도 못 잡고 있다. 서초무지개(서초그랑자이)도 계획 대비 반년 늦어 이제야 분양에 돌입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한마디로 수분양자는 대박, 조합원은 쪽박"이라며 "개발이익이 개발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은 특정인에게 집중되는게 과연 바람직한가"라고 반문했다.
분양가를 낮추기 위한 주택품질의 하향화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장 가격보다 인위적으로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면 주택 품질 향상에 대한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