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부동산 매물을 사실상 '독점'해 온 네이버 부동산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철퇴'를 내린 가운데 이번 공정위 결정이 부동산 온라인 광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력한 경쟁사가 나타나면 '갑질' 논란에 휩싸였던 네이버에 '견제구'를 던질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건전한 경쟁이 이뤄지면 '가짜매물'이 줄고 건당 2000원~3000원하는 광고 단가가 떨어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반면 서울 강남권 등 중개업계 경쟁이 치열한 곳은 광고 채널이 하나 더 늘어 수수료 부담이 가중 될 것이란 우려도 상존한다.
6일 공정위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네이버가 부동산정보업체(부동산CP)와 제휴를 맺고 부동산 매물 정보를 독점적으로 이용한 데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10억32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집주인이 공인중개사에 매물을 내놓으면 중개사들은 부동산CP 23곳에 매물 광고를 한다. 부동산 CP는 자체적으로 광고를 하기도 하지만 의뢰받은 매물의 90% 이상을 네이버 부동산에 넘겨왔다.
네이버 부동산은 이 과정에서 부동산CP가 제3자에게도 같은 매물 정보를 넘기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 제재를 받게 된 것이다. 부동산 CP로부터 매물 정보를 넘겨받아 네이버와 유사한 사업을 하려던 '다음'이 사업을 접게 된 직접적인 이유였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다만 공정위 시정명령과 별개로 네이버는 지난 2017년 9월 이미 문제의 조항을 계약서에서 삭제했다. 다음이나 다른 플랫폼 사업자가 부동산 CP의 매물을 받는 게 현실적인 제약은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당장 부동산 매물 광고 시장의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업계는 판단했다.
한 CP업계 관계자는 "다음이 사실상 위탁 형태로 직방에 사업을 넘겼기 때문에 공정위 결정이 나왔다고 해도 CP의 매물 정보를 받아 곧바로 아파트 매물 광고 사업을 개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네이버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매도자나 중개업소들이 네이버에 부동산 광고를 내놓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시정명령을 계기로 네이버 외에 다른 사업자가 출현할 경우 네이버에 '견제구'를 날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없진 않다.
실제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지난 2018년 네이버에 매물 정보를 내놓지 말자고 집단으로 '보이콧' 한 적이 있다. 네이버가 '우수 중개업소'를 자체 선정하는 방식으로 광고 단가를 올려 집단 반발 한 것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네이버에 광고를 하려면 과거에는 건당 1만원 한 적도 있다"며 "이후 가격을 낮추긴 했지만 독점적 지위를 계속 유지하게 되면 언제든지 다시 '갑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규 진입자가 생기면 건당 광고 단가도 떨어질 수 있다. 지역별로 광고 단가가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중개업소들을 대략 건당 2000원~3000원을 부담한다. 부동산 CP들은 이 중에서 1650원을 네이버에 지불한다. 부동산매물검증센터에 허위매물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비용과 등기부등본 발급 수수료 등으로 1000원 가량을 쓰고 나머지는 네이버가 인건비 명목 등으로 사용한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네이버 뿐 아니라 직방, 다방 등 다른 업체에도 중복으로 광고 하기 때문에 중개업소 한 곳이 한 달에 쓰는 광고 비용만 적게는 200만원 많게는 500만원이 든다"며 "다음 등 다른 업체와 네이버가 경쟁하게 되면 수수료가 더 낮아질 여지도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서울 강남지역 등 부동산 중개 경쟁이 치열한 곳은 네이버 뿐 아니라 다른 플랫폼 업체에까지 광고를 더 하게 되면 광고비가 이중으로 들어갈 것이란 우려도 없지 않다.
네이버 독점 체제가 깨지면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들이 가능 큰 수혜를 본다. 여러 곳에 광고를 할 수 있어 그만큼 매매거래가 신속하게 이뤄진다. 경쟁구도가 정착되면 사업자들이 허위매물 관리를 철저하게 할 수 있는 만큼 매수자 입장에서도 긍정적일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부터 허위매물에 과태료를 매기는 단속을 시작하자 실제로 서울 특정 지역에선 매물이 일주일 새 60~80% 줄기도 했다.
일각에선 부동산 CP를 거쳐 네이버 등 플랫폼 업체에 광고하는 이중 수수료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는 당초 다른 CP사들과 마찬가지로 직접 중개업소로부터 광고 매물을 받아 왔다. 하지만 네이버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다른 CP사들이 고사 위기에 처하자 네이버는 직접 중개업소 광고를 받지 않고 CP로부터 매물을 넘겨 받는 형식으로 '상생'하기로 했었다. 네이버 외에 다른 경쟁자가 나타난다면 이 같은 이중 구조를 없애는 것이 광고비 절감 차원에서 낫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