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에게 항공사 마일리지는 적립은 어렵고 쓸 곳은 없는 소위 '빚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지난 2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을 겨냥해 이 같은 글을 남겼다. 당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자 직접 입장을 표명한 것인데 주무 부처 장관이 특정 대기업을 공개 비판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대한항공은 결국 원희룡 장관이 메시지를 표명한 지 하루 만에 마일리지 개편안을 전면 백지화했다. 이는 '실세 장관'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국토부 안팎에서 나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국토부 직원들이 대체로 실감하는 얘기가 있다. 바로 "실세 장관과 일한다는 것"이다.
보통 정치인 출신 장관은 '사진 찍기만 좋아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 해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고들 한다. 이런 편견이나 선입관을 보란 듯 원 장관은 선명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윤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를 견지한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건폭(건설폭력)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 단속해 건설 현장에서의 법치를 확고히 세우라"고 당부하자 국토부가 '건설노조와의 전쟁'에서 총대를 멘 것이 대표적이다. 공정과 정의, 원칙을 중시하는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한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우스갯소리로 '좌(左)동훈(한동훈 법무부 장관), 우(右)희룡(원희룡)'이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며 "원 장관 취임 이후 다른 부처와 각종 정책을 논의할 때 우리부의 입장도 확실히 달라졌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실제 지난 3월 정부가 2042년까지 경기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당시 원 장관이 브리퍼로 나섰다. 국토부가 대규모 반도체 투자 관련 정책에서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이제 국토부의 시선은 내년 4월 제22대 총선을 향한다. 원 장관은 출마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말을 반복하지만 차출 시기만 남았을 뿐 기정사실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올해 들어 원 장관은 경기도 고양 일산, 군포 산본, 부천 중동 등 1기 신도시를 잇따라 찾아 주민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원도심을 개발하게 될 경우 종상향 등 제도적 지원책도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다"는 등 표심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를 놓고 '경기도 격전지 출마 통한 체급 상향'을 비롯해 여당 '선거대책위원장' 등 각종 풍문이 여의도에서 쏟아졌다. 원 장관은 16~18대 총선에서 내리 3선(서울 양천구갑)을 했지만 이 지역의 당협위원장은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비례)이 맡고 있다.
또 다른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개각설이 들릴 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라면서 "힘 있는 장관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전력투구로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아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