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질 당시 서울 전역에 뉴타운 광풍이 불었다. 양천구와 동작구 등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들이 뉴타운 관련 발언을 쏟아내면서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이 크게 출렁였다.
뉴타운 지정은 국회의원이 아닌 서울특별시장의 권한인데도 여야 지도부 모두 앞다퉈 격전지를 중심으로 뉴타운 지정은 물론 조기 착공 등의 개발 의지를 내비친 탓에 이때 총선은 '뉴타운 선거'로 불렸다. 이렇다 보니 특정구(區)의 경우 3.3㎡당 1800만~2000만원에서 300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가격이 뛰었다.
과거 서울시 2~3차 뉴타운 지정에서 연거푸 탈락한 어느 구의 구축 빌라는 3.3㎡당 1800만원에서 2000만원 이상을 줘도 매물을 구할 수 없었다. 노후도 등을 감안할 때 뉴타운 지정 가능성이 낮은 지역들도 총선에 휩쓸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호가가 치솟았다.
후폭풍은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총선 과정에서 뉴타운 공약과 관련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 문제를 비롯해 검찰의 일부 전·현직 의원들에 대한 수사로 빛이 바랬다.
여야 모두 선거를 앞두고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의 욕망을 자극하는데 주저하지 않은 결과다. 이렇게 경쟁적으로 쏟아진 뉴타운 공약은 표심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발표한 이후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에 출사표를 던진 여야 예비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을 보면 '18대 뉴타운 총선'과 비슷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모 현역 의원은 최근 국토교통부 고위 공무원을 국회로 호출해 자신이 출마할 지역구의 여러 단지를 '재건축 선도지구'로 선정할 것을 요구했고 이를 총선 홍보물로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더해 이번 총선은 철도 지하화까지 겹친다. 철도 지하화 이슈는 선거철이면 좀비처럼 되살아난다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이재명 양대 후보는 서울지역 지상 철도 지하화부터 경부선 수도권 구간~경인선~경원 지하화 공약을 내걸었다. 총선을 두 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은 철도 지하화(65조2000억원)와 함께 주요 권역에 GTX(광역급행열차) 도입을, 야당은 사실상 전국에 있는 모든 철도의 지하화(80조원)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교통 문제로 접근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 붕괴나 지방 소멸에 대한 논의는 당연히 없다. 기반시설 부족이나 교통 및 이주대란 등에 대해서 언급하는 이는 아무도 없고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해서는 "민간(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치할 것"이라는 말로 넘어간다.
재개발 재건축이나 철도 지하와와 같은 엄청난 규모의 건설 사업은 총선을 겨냥한 정책이라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안다. 서울이 뉴타운 광풍에 휩쓸렸다가 선거가 끝나는 동시에 '없던 일'이 됐던 18대 총선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