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자동차보험 개선안의 핵심은 경상환자에게 지급되는 합의금 폐지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조기 합의를 위해 경미한 부상을 당한 사고 피해자에게 향후치료비 명목의 합의금을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지급해왔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2023년 보험사가 근육 긴장, 염좌 등 진단을 받은 경상환자에게 지급한 합의금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같은해 경상환자 치료비(1조3000억원)보다 큰 규모다. 이같은 과도한 합의금 지급은 2400만명 이상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잉 진료, 장기 치료 등으로 경상환자에게 지급되는 치료비 역시 최근 6년간 연평균 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상환자(연평균 3.5%)보다 2.5배 이상 높은 수치다.
끼어들기로 인한 급정거 사고로 근육 긴장, 염좌 등 진단을 받은 피해 운전자가 202회 통원치료를 받고 1340만원 상당의 치료비를 받은 사례도 있다. 사이드미러 접촉사고로 12급 경상의 척추 삠 진단을 받은 운전자는 2주 입원 후 6개월 통원치료를 통해 치료비 500만원과 합의금 300만원을 수령했다.
이에 정부는 앞으로 중상환자(상해등급 1~11급)에게만 합의금을 지급하도록 근거를 마련하고 피해 정도에 맞는 치료비 배상을 유도한다.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휴업손해 등 손해배상 지급 기준을 정비하고 자동차보험 약관에 규정된 보상금 지급 항목 법제화에 대한 논의도 추진한다.
또 경상환자가 통상 치료기간인 8주를 초과하는 치료를 희망하는 경우 진료기록부 등 추가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도록 했다. 현재 산재보험은 염좌 요양기간을 6주 범위로, 대한의사협회는 '진단서 등 작성·교부 지침'에 따라 긴장·염좌의 치료기간을 4주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보험사가 장기 치료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지급보증 중지계획을 환자에게 안내할 수 있다. 또 합의금을 받고 건강보험 등 다른 보험으로 중복 보험을 타는 이중 수급 행위도 막기로 했다. 타 보험 관련 기관의 중복 수급 탐지를 위한 지원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환자의 편의성 제고와 진료 행정 효율화를 위해 전자 지급보증 시스템도 도입한다. 현재는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유선 연락하면 보험사가 지급보증서를 팩스로 송부하는 구조다.
아울러 자동차 의무보험에 대한 회계처리 결과를 매년 국토부에 제출하도록 하고 가입자·피보험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보고 의무를 신설, 자동차 의무보험 체계적인 관리 기반을 구축한다.
정부는 합의금 지급 근거 마련 및 경상환자 장기 치료 추가 서류 제출은 연내 관계 법령, 약관 등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무사고 경력 인정 확대, 전자 지급보증 등은 상반기 내 후속조치를 완료해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개인의 자동차 보험료가 약 3% 내외 인하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원국 국토부 2차관은 "이번 개선 방안을 통해 자동차보험 운용 질서를 합리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부담은 낮추고 사고 피해자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투명하고 건전한 자동차보험 체계를 구축하면서도 사고 피해자가 적정 수준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관계기관, 보험업계, 소비자단체 등과 소통하며 자동차보험의 사회보장 기능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번 개선방안을 통해 불필요한 자동차 보험금 누수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제도개선이 보험계약자의 편익으로 직결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과 함께 보험회사의 부당한 보험금 지급거절이나 보험료 조정의 합리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