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집값을 잡는 정책이 아니라 정비사업을 멈추라는 얘기입니다."
4일 서울시 중구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 마련된 '주택정책소통관' 개관식이 정비사업 관계자들의 성토의 장으로 바뀌었다. 서울시가 주택 정책을 한곳에 모아 시민과 상시 소통하겠다며 마련한 행사였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최근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사실상 멈춰섰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더 컸다.
이날 열린 개관 행사에는 재건축·재개발 조합 관계자와 추진위원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당초 정책 설명과 의견 수렴을 위한 자리였지만 마이크를 잡은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정비사업을 통한 도심 공급 확대라는 정책 기조와 정반대의 대책이 나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 것은 이주비 대출 규제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이주비 대출에도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면서 1주택자는 LTV 40%로 제한되고 다주택자는 금융권에서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해 이주 자체가 막히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권기백 서울시 정비사업연합회 이사는 "정비사업 구역에서 당장 이주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LTV 40%로는 서울 안에서 갈 수 있는 곳이 없다"며 "결국 경기도나 인천으로 밀려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 사례도 공개됐다. 송종훈 중랑구 면목동 모아타운 조합장은 "조합원 811명을 자체 분석한 결과 이주비가 약 1600억원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1주택자 515명은 LTV 40%가 적용되고 2주택자 296명은 이주비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 봉양을 위해 경기도에 노후 주택 한 채를 보유한 경우에도 다주택자로 분류돼 이주비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며 "이런 구조라면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규정이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 조합장은 "강남에 집을 두 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빌라, 원룸, 오피스텔 등을 하나씩 보유한 사람들까지 모두 투기 세력으로 묶어버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런 사람들이 왜 사회악인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역시 현장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는데 이주비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일부 사업장에서는 오히려 사업을 늦추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기형적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정비사업 관계자는 "지금 구조에서는 빨리 갈수록 손해라는 신호를 주고 있다"며 "정비사업 활성화와는 정반대 결과"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도 정부 정책과 현장의 괴리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오 시장은 "정비사업을 통해 2031년까지 31만가구를 착공하면 이 가운데 순증 물량만 8만7000가구에 달한다"며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서울 신규 공급 물량 3만2000가구와 비교해도 2~3배 많은 규모"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주비 대출과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은 서울시 권한 밖의 사안"이라며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청하고 있지만 뚜렷한 반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비사업 관계자들은 지금과 같은 정책 기조가 이어질 경우 공급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호우 양천구 신정역1구역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다주택자를 겨냥한 대책은 결국 전세·월세를 밀어 올리고, 그 피해는 서민에게 돌아간다"며 "강남 집값만 더 자극하고 강남·강북 격차는 지금보다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