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상가 관리비 문제를 지적했다. "관리비는 관리 비용을 나누는 건데 거기에 수수료니 이런 걸 붙여서 바가지를 씌우고 심지어 관리비 내역도 안 보여준다는 데 말이 안 된다"며 이른바 깜깜이 관리비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대통령의 지적처럼 그간 근거 규정이 없어 임대인이 차임·보증금 증액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상가 건물 관리비를 올리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런 깜깜이 관행은 결국 상가 임차인들의 피해로 직결됐다. 임대인이 관리비를 부풀려 청구하는 식으로 사실상 임대료 인상에 나서도 그 내역을 알 수 없는 임차인들로선 분통만 터트릴 뿐 이의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 2023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실태조사에서 소상공인의 28.1%가 '과도하거나 불분명한 관리비'를 부당한 부담 요인으로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공식 간담회 등을 통해 관리비를 통한 우회적인 임대료 인상 문제를 지적해왔다. 이런 관심은 대선 이후에도 계속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에 모두 '관리비 투명화' 항목을 담았다. 이런 관심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관리비 투명화 내용이 담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5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토부는 현재 법무부와 임대인이 제공해야 할 관리비 항목 범위와 공개 방식 등 세부 기준을 담은 시행령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기료, 수도료, 청소비, 경비비 등 관리비 세부 항목을 표준화하는 방안 등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5월 12일부터 임차인이 (관리비 내역 공개를) 요청하는 경우 임대인이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내역과 절차, 방법 등에 대해 법무부와 세부 사항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 관리비 항목 공개가 의무화되면서 이제 관리비 제도 개선의 관심은 원룸,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주거시설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주택관리법 적용 대상인 아파트의 경우 비목 설정, 내역 공개,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 운영, 감사 등 관리비 감시가 촘촘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집합건물의 소유와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의 적용을 받는 원룸, 오피스텔 등은 상대적으로 규정이 허술하다.
집합건물법에 따르면 50세대 이상 건물은 관리인이 매년 1회 이상 관리비 등 관리 사무를 보고해야 하고 150세대 이상은 연 1회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소형 건물이 많은 원룸, 오피스텔은 이같은 규정의 적용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은 데다 적용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관리비 내역이나 회계 감사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어 법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관리비 부풀리기를 의심할 수 있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5일 현재 한 온라인 부동산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21㎡ 규모 한 원룸의 경우 관리비(13만5000원)가 월세(5만원)의 2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들이 집합건물법 개정 필요성을 포함한 관리비 체계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관리비와 관련한 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관리비 항목 등에 대한 법적 정의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