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알짜' 공공정비 사업에 꽂힌 중견건설사

김지영 기자
2026.03.24 04:11

PF부담 적고 안정적 사업진행
부동산 침체 속 새 먹거리 부상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월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린 '주택정책소통관 집들이 및 소통의 날' 행사에서 모아타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도심 곳곳에서 추진되는 공공주도형 소규모 정비사업을 둘러싸고 중견건설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강남·한강벨트 중심의 대형 재건축·재개발사업의 문턱이 높아지고 PF(프로젝트파이낸싱)시장 경색이 장기화하자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안정성이 높은 가로주택정비사업과 모아주택·모아타운으로 눈을 돌리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50위권의 중견건설사들은 서울 강북권 소규모 정비사업 수주에 적극 나서며 실적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사업은 통상 100~200가구 규모로 출발하지만 복수구역을 묶는 방식으로 500가구 이상, 나아가 1000가구에 가까운 단지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작지만 알짜' 사업으로 평가된다.

쌍용건설은 지난 2월 서울 동작구 노량진 일대 '은하맨션' 가로주택정비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해당 사업의 전체 공사비는 1328억원 수준이다. 남광토건 역시 송파구 가락동 일대 소규모 정비사업을 따내며 서울 강남권 내 수주기반을 다졌다. 극동건설은 동작구 일대 가로주택사업을 통해 수익성과 수주실적을 동시에 확보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사업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조합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해 사업추진 속도가 빠른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공사비 규모는 대체로 1000억원 안팎이지만 다수 사업을 동시에 확보할 경우 안정적인 매출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견사들에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모아주택과 모아타운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중소 정비사업 시장판도는 한 단계 더 확장된 모습이다. 모아주택은 개별 가로주택사업을 묶어 추진하는 방식으로 통상 500~600가구 규모로 커지며 사업성이 개선된다. 모아타운은 10만㎡ 이내 저층주거지를 하나의 단지로 묶어 재개발하는 방식이다.

코오롱글로벌은 모아타운 초기부터 번동, 천호동, 마장동, 면목동 등 모아타운에서만 15개 넘는 사업장에 수주깃발을 꽂았다. 동부건설 역시 이러한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서울 중랑구 신내동 모아타운사업을 통해 900가구 규모, 3341억원대 공사를 확보했다. 지난해에도 단일사업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연속 수주로 대단지 수준의 물량을 확보해 실적을 냈다. 태영건설도 모아주택사업에 참여하며 서울시장 재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단순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을 넘어 건설업계 전반의 구조변화와 맞닿아 있다. 금리상승과 부동산경기 둔화로 PF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대규모 민간 개발사업의 리스크가 커졌고 공사비 갈등과 분양지연 등 변수도 늘어났다. 이와 달리 공공이 일정 부분 관리하는 소규모 정비사업은 금융부담이 적고 사업구조가 비교적 단순해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

정부가 민간참여형 공공정비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점도 시장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공공이 사업구조를 설계하되 민간의 창의적 설계와 시공능력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공공정비사업에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허가 절차가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대신 사업속도가 일정 수준 이상 빨라지기 어렵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에도 실시설계와 협상과정 등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실제 계약과 착공까지 이어지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현금유입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PF 부담이 없고 공사진행이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공공주도형 소규모 정비사업의 장점은 분명하다"며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견건설사들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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