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대출 규제로 이주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정비사업장에 160억원 규모의 이주비 대출 지원에 나선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전문가 회의를 열어 지원 대상 선정 기준과 금리 수준 등을 확정하고 이달 중 이주비 융자 지원 공고를 낼 예정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월 주택진흥기금 500억원을 편성해 정비사업장 이주비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차 지원 규모는 16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지원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1~2개 단지만이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이주비 융자에 나서는 것은 대출 규제 강화로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이주비 조달 문제로 인해 일정이 늦어지는 등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6·27 대책과 이어진 10·15 대책에 따라 1주택자는 담보인정비율(LTV) 40%, 대출 한도 6억원이 적용된다. 다주택자(1+1 분양 포함)는 LTV가 0%로 사실상 금융권 이주비 대출이 막혀 있다.
실제 서울시가 올해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 구역 43곳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91%인 39곳(계획 세대수 약 3만1000가구)이 이주비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주비 공백이 단순한 개인 자금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주택자 조합원이 이주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이주 일정이 늦어지고 이후 철거·착공·일반분양 등 후속 절차도 줄줄이 밀릴 수 있다. 사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조합원 분담금과 일반분양가 상승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은 서울시의 금융 지원을 가뭄의 단비로 평가하고 있다. 전체 조합원 가운데 27%가 이주비 대출을 받지 못한 청량리8구역의 서정숙 조합장은 "부족한 이주비 규모가 약 160억원에 달하지만 시공사 보증 한도와 대출 규제에 막혀 이주가 지연되고 있다"며 "서울시 지원 공고에 맞춰 정기총회 일정를 미루는 등 해당 지원책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이주비 금융 지원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재개발·재건축은 조합원 모두가 이주를 마쳐야 철거와 착공이 가능하다"며 "서울시의 이주비 금융 지원은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고 주택 공급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다만 "지원 재원이 제한돼 일부 사업장만 혜택을 받게 되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며 "서울시의 한시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금융당국이 이주비 대출에 한해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