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바뀌면 나가야?" "갱신권 못써?"…예외 또 예외에 세입자 혼돈

정혜윤 기자
2026.05.21 15:50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12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계업소에 매물 시세표가 붙어 있다. 2026.5.1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실거주 의무를 둘러싼 시장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거래 위축을 막기 위해 예외 규정을 잇달아 손보면서 "집주인이 바뀌면 바로 나가야 하느냐" "계약갱신청구권을 못 쓰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 과천·성남 분당·광명·하남 등 12개 지역이 토허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토허구역 내 주택을 매입하면 원칙적으로 허가 후 4개월 안에 실제 입주해야 하고 최소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발생한다. 사실상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제한하는 구조다.

혼선은 정부가 거래 위축 문제를 고려해 예외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히면서 커졌다. 핵심은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이 매매됐을 때다. 임차인이 있는 집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되기 전까지는 매수자가 입주할 수 없는 만큼 기존 규정대로라면 거래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과정에서 세입자가 있는 다주택자 매물에 한해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계약 종료 시점까지 늦출 수 있도록 했다. 이어 4월 가계대출 관리방안에서는 다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내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만기연장을 제한하면서도 임차인이 있는 주택은 토허제상 즉시 매도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실거주 의무 유예를 허용했다.

이달 들어서는 실거주 의무 유예 적용 범위를 비거주 1주택자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발표일인 지난 12일 기준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주택이라면 집주인이 다주택자든 1주택자든 상관없이 신규 매수자가 기존 계약 종료 시점까지 입주를 미룰 수 있게 됐다. 다만 늦어도 2028년 5월11일까지는 입주해야 하고 이후 2년 실거주 의무는 그대로 유지된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의무 유예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2026.05.12. mangusta@newsis.com /사진=김선웅

시장에서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은 매매된 집에 거주 중인 세입자의 권리다. 일각에서는 "집주인이 바뀌면 세입자가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 설명을 종합하면 기존 임대차 계약은 원칙적으로 유지된다. 집주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할 수 없고 계약갱신청구권 역시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보장된다.

물론 새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일 경우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는 있다. 다만 이는 이번 실거주 의무 유예 조치 때문에 새롭게 생긴 내용이 아니다. 기존 임대차법으로 이미 인정돼온 갱신권 예외 사유다. 정부 역시 "세입자 권리가 새롭게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장기 임대차 계약 처리 방식도 헷갈리기 쉬운 대목이다. 정부는 발표 당시 이미 존재하던 계약 가운데 최초 계약 종료일이 2028년 5월 11일 이내인 경우에만 유예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계약 종료 시점을 이후 임의로 앞당긴다고 해서 새롭게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거주 의무와 임대차보호법, 금융 규제, 각종 예외 조항이 얽히면서 일반 수요자들의 오해와 혼란이 발생하기 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실거주 원칙 자체는 단순하지만 예외 규정이 계속 붙다 보니 현장에서도 적용 여부를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며 "사례별 적용 기준 등을 쉽게 정리한 추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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