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합의에도 직원 간 분열(Devide) 확대…조직 통합력 시험대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잠정합의에 도달했지만 내부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부문·사업부별 성과가 최대 100배까지 벌어지면서 직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직적인 부결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같은 조직 내 분열(Devide)이 하청업계와 협력사로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일 노사가 서명한 '2026년 성과급 노사 잠정합의서'에 따르면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반도체 사업 연간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340조원이라고 가정하면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은 1인당 6억3000만원 상당을 받는다.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급)와는 별도로 지급된다.
반면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의 성과급 규모는 OPI를 제외하고 600만원 수준에 그친다. 같은 삼성전자(299,500원 ▲23,500 +8.51%) 소속 직원이지만 근무하는 부문과 사업부에 따라 성과급 규모가 100배 이상 벌어지는 셈이다. 수년째 연간 적자를 기록 중인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 역시 1억8000만원 상당의 성과급을 받게 될 전망이다.
성과급 격차에 따른 DX부문 직원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은 노조 지형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DX부문 중심인 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의 조합원 수는 지난 15일 2600여명 수준에서 이날(21일) 오후 2시 기준 1만1172명까지 늘어났다.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에서 이탈한 DX부문 조합원들이 대거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초기업노조에서는 DS부문 중심의 성과급 협상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며 최근 한달새 조합원 4000여명이 탈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잠정합의안 부결을 촉구하는 집단적인 움직임도 나타났다. 일부 DX부문 직원들은 "DX부문 구성원은 잠정합의에서 배제됐다"며 부결 투표 동참을 독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X부문 직원 5명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 대응 연대'는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수원지법에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을 제기한 상태다. 여기에 동행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도 사측에 공문을 보내 DX부문 관련 대책 마련과 노태문 부회장 면담을 요청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DS부문 내에서도 사업부간 보상 격차로 인한 균열이 감지된다. HBM4(고대역폭메모리) 개발과 메모리 사업 회복 과정에서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와 반도체연구소 등 조직의 기여가 적지 않았지만 정작 보상은 메모리사업부가 대부분 가져갔다는 불만이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DS부문은 사업부 구분 없이 동일하게 47%의 성과급 지급률을 적용받아왔다.
당장의 총파업 위기는 넘겼지만 삼성전자가 조직 분열이라는 후유증과 마주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로 인해 사업부간 협력 체계와 조직 통합력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조직 내 분열이 장기화된다면 생산성과 사업경쟁력 전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협력사와 하청업체까지 보상 확대 요구에 나설 경우 공급망 전반의 노사 불안이 연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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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부문간 성과 차이를 지나치게 벌리는 방식은 조직문화와 협업체계를 해칠 수밖에 없다"며 "우선 노사가 함께 성과에 대한 객관적 기준과 보상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대로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면 갈등의 파도는 하청업체와 협력사 등 또다른 조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