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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6.05.21.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5/2026052115424129594_1.jpg)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까지 한 시간여 앞두고 극적으로 임금 협상 타결에 이른 데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통념을 깬 조정 지원도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인공지능) 초호황으로 불어난 기업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지를 두고 대한민국 대표 기업의 노사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가던 중 이 대통령은 '적정선'에 대한 화두를 지속적으로 던짐으로써 파국으로 가는 길을 막았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노조)가 당초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지급 제도화'를 걸고 파업을 예고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이 대통령이 관련 사안에 직접 입을 열 것이라 본 이들은 많지 않았다. 자칫 민간 기업 노사 간 문제에 정부가 개입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서다.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이 보수가 아닌 진보 진영 출신 대통령이란 점, 진보 진영이 전통적으로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총과 유대 관계가 깊다는 점, 이 대통령 스스로도 소년공 출신이라는 개인적 이력까지 들어 이 대통령이 노조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들이었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지난달 말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다. 이 대통령은 당시 처음으로 삼성전자 파업 이슈를 꺼내며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기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를 해서 국민들로부터 지탄받게 되면 해당 노조 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며 "책임의식과 연대의식도 필요하다"고 했다. 특정 기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삼성전자 노조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들이 나왔다.
이후에도 삼성전자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자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SNS(소셜미디어)에 "공공복리를 위해 기본권(노동 3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해 기존보다 발언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돼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 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며 노사 양측에 모두 양보를 요구했지만 이날 처음으로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도 암시한 것이다.
파업을 불과 하루 앞둔 지난 20일에는 국무회의에서 "지켜야 할 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상식의 선이고 금도라는 게 있다. 넘지 말아야 할 선들"이라며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대와 책임의식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까지 했다. 국가경제에 끼칠 손실을 무시하고 파업을 불사하겠다는 노조를 사실상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5.21. photocdj@newsis.com /사진=](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5/2026052115424129594_2.jpg)
이같은 발언을 두고 여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취임 초 약속했던 것처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국익을 바탕으로 합리성과 실용주의에 입각해 소신 발언을 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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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며 "이재명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진보 진영의 대통령이라면 진영의 텃밭이나 마찬가지인 노조의 활동을 비판하는데 아무래도 부담을 느낄 것이란 통념들이 있어 왔다"며 "이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수 차례 노조 측에도 자제를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했다.
AI(인공지능) 대전환기에 노사 모두 전인미답의 길을 가고 있는 가운에 노사 갈등에 있어 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조정이 필요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영업이익을 배분받는 것은 투자자다. 정부도 특정 기업들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다"며 "세금도 떼 기 전 영업이익을 (노동자가) 일정 비율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 대목은 비단 삼성전자 뿐만 앞으로 비슷한 국면에 놓인 다른 기업에도 적용되는 질문이었다.
삼성전자 파업과는 무관하지만, 올초 현대차 노조 일각에서 생산 현장 로봇 도입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이 대통령이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며 "적응을 빨리 해야 하다. 조금씩이라도 준비해야 한다"고 한 것도 노사 어느 한편에 치우친 게 아닌, 대한민국 국정 운영 책임자로서 장기적 관점을 갖고 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특히 노조 활동 경험이나 파업의 경험이 현대차 등 다른 기업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라며 "노조 활동이 오래된 기업의 경우 노사가 다투더라도 암묵적인 룰과 신뢰가 형성돼 있지만 삼성전자는 그런 경험이 거의 없는 단계에서 대통령이나 정부의 조정 노력이 긍정적으로 작동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이번 잠정합의로 삼성전자 파업은 유보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데다 다른 기업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변수다.
김덕호 성균관대학교 국정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번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온 국민이 지켜봤고 비슷한 사례가 현대차, 카카오 등 다른 기업에서도 있을 수 있고 원하청 기업 간에도 비슷한 갈등이 있을 수 있다"며 "성과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간 대화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 질 것이고 이 과정에서 정부가 어떻게 역할을 해 나갈지도 장기적으로 큰 숙제"라고 말했다.
한편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21일 브리핑을 통해 "국가와 국민 모두를 위한 노사의 대승적 결단에 감사하다"며 "상호 간 입장에 대해 이해 기반이 마련됐지만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쟁은 사회적 논쟁적 부분도 크다. 노사 협상이 합리적 방향으로 가도록 적극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