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금 0원의 진실은?"…신반포 수주전, '1.5억 분양가' 공방

배규민 기자
2026.05.27 15:56
신반포19·25차 재건축 수주전 핵심 쟁점/그래픽=윤선정

치솟는 공사비로 정비사업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서울 서초구 신반포19·25차 재건축 수주전이 '분담금 제로(0원)' 공약을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시공사 간의 신경전을 넘어 재건축사업의 주체인 조합 집행부마저 시공사의 파격 제안을 '조합원을 현혹하는 행위'로 규정하면서 실현 가능성과 합법성 문제가 동시에 부상하는 분위기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반포19·25차 재건축 수주전에 참여한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조합에 제출한 회신에서 "세대당 2억원 금융지원과 분담금 제로 구조는 '확정후분양', 사업비 금리 절감, 공사비 지급유예 등을 통한 사업비 최소화 방안에 기반한 합법적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이앤씨는 또 일반분양가에 대해선 준공 시점 시황과 인허가 절차 등에 따라 결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미분양 발생 시 공사대금 대물변제 과정에서 최소 평당 1억5000만원 수준을 적용하고 24개월 공사비 지급유예 등을 통해 사업비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이 같은 조건이 모두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준수한 합법적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삼성물산 측은 포스코이앤씨의 수주 제안에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물변제 기준 가격을 사전에 제시하는 방식 자체가 향후 일반분양가 기대치를 과도하게 높일 수 있고 도시정비법상 재산상 이익 제공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물산 측은 "분양가는 분양가상한제와 인허가 절차 등을 거쳐 결정되는 것"이라며 "무조건 평당 1억5000만원 수준을 보장하는 취지라면 도시정비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거 한남3구역 수주전 당시 GS건설의 '일반분양가 보장·대물변제' 제안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문제 제기를 한 사례도 있었다.

논란은 조합 내부로도 번지는 분위기다. 신반포19·25차 재건축 조합 집행부는 이날 조합원들에게 공지문을 보내 "시공사가 세대당 2억원을 상환 의무 없이 지원하는 것은 조합원을 현혹하는 행위"라며 "무상지원은 불법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조합은 특히 사업 초기 단계에서 금융지원을 선지급하는 방식 자체가 조합 자금 운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합 측은 "아직 이주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차입을 통해 금융비용을 조합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조합 자금 운용을 방만하게 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대당 2억원 지원 안건은 대의원회에 상정조차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비업계에서는 대물변제 조건의 세부 내용도 중요한 변수라고 평가한다. 미분양 물량 발생 시 어떤 동·층을 기준으로 인수하는지, 적용 범위와 예외 조건이 어떻게 설정되는지에 따라 실제 사업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사비 지급유예 역시 당장의 사업비 부담을 늦추는 효과는 있지만 향후 자재비·인건비 상승 시 추가 공사비 협상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대로 현재 반포·잠원권 신축 시세를 감안하면 평당 1억5000만원이 완전히 비현실적인 건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 인근 신축인 메이플자이 전용 84㎡는 최근 50억~56억원대에 거래됐다. 공급면적 기준으로 환산하면 평당 1억5000만원 안팎 수준이다. 다만 이는 준공 후 시세 기준으로 실제 일반분양가는 분양가상한제와 인허가 절차 등의 영향을 받는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공사가 제시한 금융지원 역시 결국 사업비 구조 안에서 조달되는 만큼 향후 공사비나 금융비용 형태로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평당 1억5000만원 수준의 일반분양가가 현실화할 경우 어느 시공사가 사업을 맡더라도 사업성은 좋아질 수밖에 없지만 반대로 분양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를 시공사가 별도로 보전해주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가 미분양 발생 시 평당 1억5000만원으로 대물변제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실제 일반분양가가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법적으로 이를 초과한 가격에 강제 매입하기는 어렵다. 경쟁사인 삼성물산 역시 미분양 발생 시 일반분양 가격 기준으로 인수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사실상 큰 차이가 없는 조건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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