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증 5년새 6배..집단대출 '폭탄' 키운 국토부

권화순 기자
2016.07.03 15:41

"가계대출 문제가 터지면 또 은행들이 다 뒤집어써야 하는 거 아닌가요?"(은행권 여신담당자)

경기는 장기침체 국면인데 부동산 분양시장만 나홀로 호황이다. 그럴수록 은행권 여신담당자의 속은 타들어간다. 은행들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건전성 관리에 돌입했고 금융당국도 지난 2월부터 처음부터 주담대를 나눠서 갚도록 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했다.

은행권과 금융당국의 이런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담대 증가세는 꺾일 줄 모른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서 제외된 아파트 집단대출이 주담대 증가세를 주도했다. 올들어 지난 5월까지 늘어난 주담대 19조원 가운데 절반 이상(52.6%)인 10조원이 집단대출에서 발생했다.

집단대출이 급증한 숨은 이유는 따로 있다. 은행들은 개개인의 상환 능력과 무관하게 시행사의 사업성을 보고 집단대출을 한다. 이 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 대출에 대해 100% 보증을 한다. 은행들은 대출을 받은 아파트 주인이 빚을 갚지 않아도 HUG를 통해 대출금을 전액 회수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HUG의 보증잔액은 급격하게 늘었다. 2010년 23조원에서 지난해 150조로 5년 동안 6.5배 급증한 것. 이 중 분양보증은 18조원에서 90조원으로 5배 늘었다. 지난해 늘어난 주택분양보증만 41조원이 넘는다. 지역 쏠림 현상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지역별 분양보증 현황을 보면 경기도가 43%로 절반에 육박한다. 두번째 많은 서울이 8%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지역편중 현상이 위험수위에 달했다.

HUG의 최대주주는 지분 67.85%를 보유한 국토교통부다. 최근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HUG의 '보증 남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뒤늦게 지난달말 1인당 2건, 한도 6억원(수도권)으로 보증한도를 제한키로 했다. HUG의 법정보증배수는 자기자본의 50배까지인데 이미 44배로 목에 차오른 뒤였다.

뒤늦게나마 한도 규제를 시행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집단대출은 은행의 대출 문제가 아니라 결국 부동산 문제다. 국토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이 주택분양 인허가 물량을 합리적으로 조절할 의지가 없다면 이번 규제도 수포로 돌아간다. 지난해 주택분양 승인규모는 53만호로 평년 대비 51%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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