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내은행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필요한 이유

최동수 기자
2016.07.06 05:03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지난 6월 27일. 국내 은행장들이 모인 전국은행연합회 비공개 이사회에 블록체인 전문가가 참여해 프리젠테이션(PT)을 했다.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를 금융회사의 중앙 서버에 집중적으로 보관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네트워크 내 모든 컴퓨터에 분산해 저장하는 방식으로 해킹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핀테크 전문가는 이날 은행장들 앞에서 국내 은행들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복잡해 한 은행이 독자적으로 개발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해외 블록체인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지만 국내 규제나 제도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려면 국내 은행끼리 협업도 필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지난해 미국 핀테크업체 R3를 중심으로 ‘R3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국내 은행들은 올 상반기에 KEB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신한은행, 우리은행이 R3 컨소시엄에 가입했다. 전문가들은 R3 컨소시엄에 참여하면 해외 블록체인 기술의 흐름을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컨소시엄 자체가 미국과 유럽 은행 중심이라 국내 제도와 여건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과 중국 주요 은행들은 R3 컨소시엄에 가입하면서도 올 상반기에 자국 금융회사와 핀테크업체끼리 별도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자국 규제와 제도, 환경에 맞는 기술을 이해하고 개발할 필요성을 공감한데다 협업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시중은행과 제휴하고 있는 한 블록체인 업체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뺏길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협업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중국과 일본 은행들의 별도 컨소시엄 결성을 지켜보며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은행장들 모두 블록체인 기술이 미칠 막강한 파급력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핀테크업체와 제휴해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할 뿐 뭉칠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금융기술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기엔 폐쇄적인 독자 움직임보다 개방적인 협업 시스템이 더 유리하다. 국내 은행들도 서로 눈치만 보지 말고 과감히 블록체인 기술의 공동 개발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 국내 블록체인 기술을 표준화하는 것이 해외 진출에도 더 유리하다. 협업의 시기를 놓친다면 중국과 일본 은행에 블록체인 기술 개발이 크게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갖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