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우조선 수업료 헛되지 않으려면

권다희 기자
2016.08.16 15:59

여야가 조선·해운산업 부실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를 이달 말 열기로 확정했다. 이번 청문회에선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대책회의인 ‘서별관 회의’에서 지난해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데 대한 책임이 집중 추궁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청문회가 이처럼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 책임을 묻는데 초점이 맞춰진다면 지금까지 대우조선 사태로 치른 ‘수업료’의 상당 부분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대우조선은 한 때 조선업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던 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공기업의 자회사가 된 지 15년만에 수 조원을 수혈받지 못하면 독자생존이 불가능하게 됐다. 청문회는 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규명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4조2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원인을 파악해야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대우조선 전직 경영진과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우조선 지원을 결정한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은 다른 문제다. 당시의 경제적 상황을 판단해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내린 의사 결정에 대해 사후적으로 결과론에 따라 책임을 묻게 된다면 누구도 중요한 사안에 대해 책임지고 결정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10월, 대우조선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을 때는 대우조선이 바로 문을 닫고 청산할 경우 발생할 실업과 협력업체 도산 등에 따른 비용이 지원금 4조2000억원보다 클 것이라는 경제적 판단이 있었다.

대우조선 사태의 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대우조선 지원 결정을 내린 책임자들에 대한 추궁이 뒤섞인다면 원인 파악에 대한 노력이 희석돼 수업료를 엉뚱한 곳에 쓰는 꼴이 될 수 있다. 대우조선의 문제 상당 부분은 아무도 끝까지 책임지려 하지 않는 '주인 없는 회사'의 문제였다. 이런 점에서 지원 결정을 내린 책임자에 대한 문책은 오히려 제2의 대우조선 사태가 재현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책임을 져야 하는 의사 결정은 서로 미루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대우조선 수업료가 헛되지 않으려면 책임을 묻는 화살의 방향이 정확해야 한다. 조선업 최고 경쟁력을 가진 대우조선은 왜 망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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