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산은) 회장이 최대 난제였던 금호타이어 정상화 방안의 실마리를 풀어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경영권은 물론 우선매수권까지 포기하면서 결단을 내리도록 잘 설득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2월 금호타이어 매각 공고 후 1년7개월간 끌어온 문제를 취임 보름만에 매듭지었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성과는 더욱 묵직하게 느껴진다.
신임 이 회장의 업적은 자연히 '구걸', 즉 이동걸 전 산은 회장과 비교로 이어진다. 공교롭게도 산은 전·후임 회장이 동명이인인 탓에 전 회장은 구걸, 현재 회장은 '신걸'로 불린다. 신걸은 과감하게 문제를 마무리한 반면 구걸은 오랜 기간 박 회장측과 갈등하며 끝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혹자는 '구걸이 박 회장에게 끌려다녔다'는 비판도 한다.
그러나 산은 내부의 평가는 조금 다르다. 산은 한 관계자는 "전·후임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의 성격이 달랐다"고 평가했다. 구걸은 금호타이어의 매각이 지상 과제였던 반면 신걸은 매각 무산 후 수습이 현안이었다는 것. 대·내외 환경도 달랐다. 예상보다 빠른 정권 교체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은 금호타이어 매각에 영향을 준 간단치 않은 변수였다.
특히 한 시중은행 임원은 "전임자의 과제를 후임자가 해결했다고 해서 '누가 낫고 누가 못하다'라고 평가하는 건 경영의 연속성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각"이라며 "더욱이 매각이나 자율협약이나 추진한 실무진은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끝내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구걸의 노력은 노력대로, 신걸의 성과는 성과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구걸의 성과는 평가절하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민간 금융사 출신으로 구조조정 경험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전임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력으로 불안한 시선이 적지 않았지만 재임 기간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조선해양 등 굵직한 구조조정 작업을 비교적 무난하게 수행했다. 산은의 실적과 건전성 지표 개선 등도 뒤따랐다.
지난해 2월 구걸과 이달 11일 신걸은 모두 취임사에서 "산은은 대한민국 대표 정책금융기관"이라고 말했다. 수장이 어떤 인물이든 변하지 않는 '기업금융의 중추'로서 산은의 역할을 강조했다. 구걸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신걸이 써나갈 새로운 산은의 스토리가 '중흥기'로 기록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