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무죄 추정 원칙에도 CEO 연임 막는 '법률리스크'

이학렬 기자
2019.11.28 16:19
[편집자주] 금융권이 최고경영자(CEO) 교체 시즌을 맞았다. 신한금융, 우리금융 등의 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비롯해 은행·보험·카드·증권 등 모든 업권에서 지키려는 이와 도전하는 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당사자나 임직원들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까지 인선과정을 주시한다.

금융권 CEO(최고경영자) 선임에 법률 리스크가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종심까지는 무죄 추정 원칙을 적용해야 하지만 1심 판결은 물론 검찰 조사만으로 CEO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연임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 회추위는 다음달 중순 차기 회장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회취는 보통 주주총회 2개월전인 1월에 회추위를 마무리하나 앞당긴 이유 중 하나가 법원 판결 때문이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현재 채용비리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 구형은 12월 중순, 법원 선고는 1월말로 예정돼 있다.

이번 판결은 1심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조 회장이 금융회사 CEO를 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나 신한금융 내부 규정에 따르면 금고 이상 받은 사람은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신한금융 회추위는 검찰 구형 전 조 회장의 연임 여부를 확정하려고 한다. 이는 회추위가 그만큼 법률 리스크를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다.

아예 연임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 당시 함영주 전 KEB하나은행장은 연임이 유력했다. 채용비리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1심 선고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임원들이 1심 선고를 받은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설득했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행장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조사가 임박하는 등 압박이 커지면서 사임을 전격 결정한 것. 이 전 행장에 앞서 성세환 전 BNK금융그룹 회장 겸 부산은행장은 주식 시세를 조정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후 사임했다. 박인규 전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도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후 물러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CEO 선임은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이사회가 정할 문제”라며 “재판 등의 이유로 퇴임을 강요하는 건 무리한 검찰 고발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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